이틀에 걸쳐 수박 겉핥기로 거제도와 통영 지역을 둘러보았다. 보는 것과 아는 것이 비례하지는 않겠으나 그래도 너무 짧은 일정이었다. 아쉬운 대로 거제도와 통영 여행을 마치고, 셋째 날은 집으로 돌아가면서 합천 해인사와 영동 월류봉을 찾아보기로 했다. 나로서는 둘 모두 첫 발걸음을 하는 곳이다.
새벽부터 하역 작업을 준비하느라 숙소 앞 통영항은 시끄러웠다. 조금 지나니 냉동 참치가 배에서 끝없이 내려졌다. 참치가 금속 상자에 담길 때 쇳덩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덕분에 일찍 잠을 깨었고 해 뜨는 아침을 맞을 수 있었다.
해인사로 들어가는 길에서 올 가을 제일 화려한 단풍을 만났다.
대적광전(大寂光殿) 앞 마당에는 부처님 오신 날 연등이 그대로 걸려 있었다. 절을 단체로 찾아온 외국인들의 몸가짐이 경건했다. 껍데기를 깨치고 보는 불교의 속살은 무엇일까, 를 잠깐 생각했다.
81,258장의 대장경판이 보관되고 있는 장경판전(藏經板殿)이다. 1488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한 번도 전란이나 화재를 겪지 않고 오늘에 이르렀다. 통풍이나 습도 조절에서 이만한 구조가 없다고 한다.
점심 식사를 한 식당 벽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산처럼 살다 보면
산 마음
내 마음
꽃처럼 살다 보면
꽃 마음
내 마음"
해인사 소리길을 맛보기로 30분 정도 걸었다. 소리길은 홍류동 계곡을 따라 걷는 약 8km 길이의 산책로다. 언제 한 번 제대로 걸어보고 싶은 길이다. '소리'는 길을 걸으며 물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뜻인가 보다. 자연의 소리는 곧 마음의 소리와 연결될 수도 있겠지.
국도를 따라 올라오다가 성주군 수륜면에서 폐사지를 만났다. 신라 시대 절터인 법수사지(法水寺祉)다. 법수사는 신라 애장왕 때 창건된 사찰로 지금은 삼층석탑과 당간지주만 남아 있다.
해가 질 무렵에 영동 월류봉에 닿았고, 사진으로만 보던 월류정(月留亭)을 드디어 만났다. 월류봉과 월류정, 그리고 초강천이 어우러진 풍광이 역시 절경이었다. 때만 잘 맞추면 환상적인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에도 트레킹 코스가 있다. 반야사까지 가는 8.4km의 월류봉 둘레길이다. 우리는 40분 정도 걷다가 되돌아왔다. 이런 길을 보면 자꾸 걷고 싶어 진다. 왕복 16km 남짓이니 언제 하루를 잡아와서 제대로 걸어야겠다.
이곳에도 송시열 유적지가 있다. 송시열이 글을 가르치던 한천정사(寒泉精舍)다. 단촐한 건물이지만 경치가 기막힌 곳에 자리 잡고 있다.
2박3일 동안 아내와 함께 한 거제도와 통영 여행이었다. 장거리를 돌아다니느라 피곤했지만 여행의 즐거움이 많은 부분을 상쇄할 수 있었다. 직접 운전하는 이런 여행을 몇 해나 더 다닐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매 순간이 감사하고 귀하게 느껴졌다.
우리나라도 볼 만한 데가 많고 외국의 명소 못지않게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낀 이번 여행이었다. 앞으로 더 자주 나갈 기회를 만들자고 다짐했다. 함께 한 여행의 추억이 인생의 소중한 한 부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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