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가 말했다.
"나는 조칙을 받아 장군에게 형을 집행할 뿐이오. 감히 장군의 말씀을 폐하에게 전할 수 없소."
몽염은 길게 한숨을 쉬며 탄식했다.
"내가 하늘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잘못도 없이 죽어야 한단 말인가?"
그러고는 한참 있다가 천천히 말했다.
"내 죄는 정녕 죽어 마땅하다. 임조에서 요동까지 장성을 만여 리나 쌓았으니, 이 공사 도중에 어찌 지맥을 끊어 놓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이것이 바로 내 죄로구나."
그러고는 약을 먹고 죽었다.
- 사기(史記) 28, 몽염열전(蒙恬列傳)
몽염 장군은 진시황에게 충성을 다하다가 진시황이 죽자 조고의 간계에 빠져 억울한 죽음을 당한 인물이다. 정변이 일어나면 위협이 되는 자는 제거될 수밖에 없다. 몽염은 만리장성을 쌓고 북방에서 30만 대군을 지휘하며 흉노를 지키고 있었다. 이세황제로부터 자결하라는명령을 받았을 때 진심을 호소했지만 소용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받아들이며 자기 합리화를 한다. 만리장성을 쌓으면서 지맥을 끊어 산신의 노여움을 샀던 탓이라는 것이다.
누가 봐도 몽염의 죽음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그는 황제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며 나라를 위해 일했다. 아무 잘못도 없는데 왜 죽어야 하느냐며 한탄할 만도 하다. 그러나 사마천의 평가는 냉정하다. 몽염이 만리장성을 쌓고 도로를 만드느라 백성들을 노역에 동원하고 괴롭힌 잘못을 지적한다. 몽염은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장수로서 마땅히 곤궁한 백성을 구제하고 늙은이를 모시며 고아을 돌보고 모든 백성을 안정되고 평화롭게 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황제에게 건의했어야 했다. 그러나 몽염은 황제의 뜻에 영합하여 공적을 세웠을 뿐 정의를 외면했다. 사마천은 말한다.
"몽염이 죽음을 당한 것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어찌 죄를 지맥을 끊은 탓으로 돌리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