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사기[29]

샌. 2024. 11. 28. 11:06

"한나라가 장이를 죽인다면 따르겠소."

이에 한왕은 장이와 비슷한 사람을 찾아 죽이고 그 머리를 진여에게 보냈다. 진여는 그제야 군대를 보내 한나라를 도왔다. 그러나 한나라가 팽성 서쪽 싸움에서 지고, 장이도 죽지 않았음을 알고는 곧 한나라에 반기를 들었다.

한나라 3년에 한신은 이 위나라 땅을 평정했다. 또한 한왕은 장이와 한신을 보내 조나라를 정형에서 깨뜨리고 지수 가에서 진여를 베고 조왕 헐을 뒤쫓아 양국 땅에서 죽였다. 한나라는 장이를 조나라 왕으로 세웠다.

 

- 사기(史記) 29, 장이진여열전(張耳陳餘列傳)

 

 

장이와 진여는 진나라 말기의 초한 쟁패시대에 활약한 인물이다. 젊은 유생 시절 두 사람은 서로 목이 달아나도 마음이 변하지 않을 만큼 깊은 교분을 쌓으며 지냈다. 핍박을 받을 때는 서로 도우며 한 마음이 되었으나 진섭의 반란군에 가담하여 중요 직책을 맡게 되면서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둘 사이는 거록성 전투에서 깨어졌다. 진나라에 포위 당한 장이와 지원군으로 온 진여 사이에 갈등이 있었고, 서로간의 불신이 둘을 갈라서게 했다. 진여는 장군직을 빼앗기고 장이를 원망하며 떠나갔다. 진여는 유방 밑으로 들어간 장이의 원수를 갚기 위해 한나라에 협조했지만 술책에 넘어가 결국 한신에게 죽임을 당했다. 

 

장이와 진여의 예는 역사에서 무수히 볼 수 있다. 이익과 권력 앞에서 영원한 친구란 없다. 신뢰가 사라지면 인간관계가 파탄나는 법이다. 장의와 진여는 젊어서는 서로 앙모하고 신뢰하더니 권력을 다투게 되자 서로 배반하고 원수가 되었다. 지금 정치판에서도 이런 사례는 흔하게 보인다. 권세와 이익 앞에서 인간은 나약하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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