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한 달째 계속되는 가운데 어제는 서울대학교 교수 525명이 윤석열 정부 퇴진을 요구했다. 지금까지 전국 90여 대학에서 참여한 교수는 5천 명이 넘는다.
종교계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28일 천주교 사제 1466명이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냈다.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민심이 아우성을 외면할 수 없어 시국선언의 대열에 참여한다고 사제들은 밝혔다.
윤석열 정부로부터 민심이 떠난 것은 여론조사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 지지도가 고작 20%에 그친다. 10%대를 기록한 조사도 있었다. 이 정도면 심리적 탄핵 수준이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정부는 반성할 줄 모르고 고집을 부린다.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오만불손하기 그지없다.
대통령의 제일 큰 문제는 오만과 불통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제 잘난 맛에 산다지만 윤석열은 그 정도가 지나치다. 도대체 남의 말을 듣지 못하는 것 같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으면 적으로 돌리고 무시 내지 탄압한다. 자신만이 옳고 선(善)하다는 오만함이 넘친다. 검찰의 못된 버릇을 못 버린 탓이다. 대통령이 하는 인사(人事)에 모든 것이 드러나 있다. 그는 자신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얼마나 파괴하는지 알고 있을까. 알고도 그런다면 후안무치다.
윤석열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대선 유세 기간 중 열차 안에서 구둣발을 앞 좌석에 올려놓은 사진이다. 타인이 앉는 자리에 구두를 신은 채 다리를 걸칠 생각을 누가 할 수 있겠는가. 나는 이 장면 하나로 윤석열의 인간성을 알아봤다. 시민으로서의 기본 교양이 없는 인간이라고 판단했다. 대통령이 된 뒤의 행태를 보면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 이웃이든 직장이든 만나고 싶지 않은 내가 가장 혐오하는 인간형이다.
천주교 사제단의 시국선언문 제목이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라는 것은 적절하다. 선언문 중 일부 내용이다.
".... 대통령 윤석열 씨의 경우는 그 정도가 지나칩니다. 그는 있는 것도 없다 하고, 없는 것도 있다고 우기는 '거짓의 사람'입니다. 꼭 있어야 할 것은 다 없애고, 쳐서 없애야 할 것은 유독 아끼는 '어둠의 사람'입니다. 무엇이 모두에게 좋고 모두에게 나쁜지조차 가리지 못하고 그저 주먹만 앞세우는 '폭력의 사람'입니다. 이어야 할 것을 싹둑 끊어버리고, 하나로 모아야 할 것을 마구 흩어버리는 '분열의 사람'입니다. 자기가 무엇하는 누구인지도 모르고 국민이 맡긴 권한을 여자에게 넘겨준 사익의 허수아비요 꼭두각시. 그렇잖아도 배부는 극소수만 살찌게, 그 외는 모조리 나락에 빠뜨리는 이상한 지도자입니다. 어디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파괴와 폭정, 혼돈의 권력자를 성경은 '끔찍하고 무시무시하고 아주 튼튼한 네 번째 짐승'(다니 7,7)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는 통에 독립을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생존과 번영을 위해 몸과 마음과 정성을 다 바친 선열과 선배들의 희생과 수고는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우리의 양심과 이성은 그가 벌이는 일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 그가 세운 유일한 공로가 있다면 '하나'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전체'를 살리거나 죽일 수 있음을 입증해 준 것입니다. 숭례문에 불을 지른 것도 정신 나간 어느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하나이기로 말하면 그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요, 우리야말로 더 큰 하나가 아닙니까? 지금 대한민국이 그 하나의 방종 때문에 엉망이 됐다면 우리는 '나 하나'를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야 합니다. 나로부터 나라를 바로 세웁시다. 아울러 우리는 뽑을 권한 뿐 아니라 뽑아버릴 권한도 함께 지닌 주권자이니 늦기 전에 결단합시다. 헌법준수와 국가보위부터 조국의 평화통일과 국민의 복리증진까지 대통령의 사명을 모조리 저버린 책임을 물어 파면을 선고합시다!
.... 오늘 우리가 드리는 말씀은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질 것이니 방관하지 말자는 뜻입니다. 아무도 죄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매섭게 꾸짖어 사람의 본분을 회복시켜주는 사랑과 자비를 발휘하자는 것입니다."
'길위의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펌]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1) | 2024.11.29 |
---|---|
귀트임과 귀닫음 (0) | 2024.10.18 |
축!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0) | 2024.10.12 |
해리스 vs 트럼프 (1) | 2024.09.12 |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0) | 2024.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