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두세 시간은 산책을 하자고 연말이 되어서야 다짐한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신선한 공기와 밝은 햇살이다. 집 주변에서 가장 걷기 좋은 곳은 경안천이다. 오늘은 처음으로 경안천의 지류인 직리천을 따라 올라가 보았다.
경안천에는 많은 지류가 있다. 그중에서 집 가까이 직리천이 있다. 직리천은 영장산에서 발원해서 태전동을 지나 경안천으로 흘러든다. 중간에 목리천과 중대천과 만난다. 셋 중에서는 직리천이 중심이다.
직리천과 중대천이 만나는 지점이다. 중대천은 고불산 밑에서 시작해 중대동을 거쳐 직리천과 합류한 뒤 경안천으로 들어간다.
직리천은 위로 올라가도 천의 폭이 상당하다. 겨울이라 수량은 빈약하다. 지금은 도시 개발로 볼품없이 되었지만 옛날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어엿한 냇물이었을 것이다. 산책로가 난 곳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다. 위에는 태전지구 아파트 건설이 한창이다.
경안천에는 양쪽으로 시멘트 산책로가 만들어졌지만 한 군데 아직 흙으로 남아 있는 구간이 있다. 마치 옛날 고향길을 걷는 것 같은 길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작은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푸드 코트'에서 점심을 먹는 게 요사이 누리는 즐거움이다. 여기는 한식, 일식, 중식, 분식 등 음식 종류가 다양하다. 그저께는 국수, 어제는 돈가스, 오늘은 비빔밥을 주문했다. 매일 새로운 것을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식사 후에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천천히 음미한다. 공원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햇빛에 반사되는 물결처럼 반짝인다. 나는 어느새 노년의 초입에서 인생을 관망하는 입장이 되어가고 있다. 동(動)에서 정(靜)의 세계로 옮겨가는 중이다. 두 손으로 전해오는 따스한 커피의 온기에 감사해 하며 이 또한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