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다니는 첫째가 연초에 시간 여유가 생겨 아내와 셋이서 제주도에 다녀왔다. 4박5일을 계획했으나 상황이 변해서 다시 4박을 연장해 총 9일이 되었다. 이번에는 관광지를 바쁘게 돌아다니기보다 맛있는 걸 먹으며 쉬는 위주로 컨셉을 잡았다. 그냥 현지 날씨에 맞추어 마음 내키는 대로 움직였다.
이번에 오름은 세 곳을 올랐다. 정물오름, 거문오름, 큰지그리오름이었는데 그중에서 정물오름은 나 혼자서 찾아간 곳이다.
정물오름은 제주도 서쪽 이시돌목장 옆에 있다. 남쪽 방향으로는 바다가 보이는 전망이 참 좋은 표고 469m의 오름이다. '정물'이라는 샘이 있어 붙은 이름이다. 오름의 형태는 남서쪽에서 다소 가파르게 솟아올라 꼭대기에서 북서쪽으로 완만하게 뻗어내렸다. 북서쪽으로 넓게 벌어진 말굽형 화구를 가지고 있다.
입구에서 왼쪽으로 길을 잡으면 완만하게 올라가는 억새가 무성한 길이 좋다. 정상을 중심으로 한 바퀴를 돌아 원점으로 내려온다.
북쪽 방향으로는 초원이 펼쳐지고 멀리 새별오름도 보인다. 정월 대보름에 대형 쥐불놀이를 하는 곳이다.
남쪽으로는 도너리오름이 마주하고 있고, 그 너머로 산방산과 바다가 보인다. 흐린 날씨에 멀리 송악산도 흐릿하다.
초입으로 돌아와서 본 정물오름. 순하게 생긴 편안한 오름이다.
가장 기대를 한 곳이 거문오름이다. 이곳은 사전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다. 40명씩 팀을 이루어 가이드를 따라 탐방해야 한다. 보호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너무 경직된 느낌이다. 정형화된 해설사의 설명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것도 불편하다.
그런데 거문오름의 지형적 가치는 대단한 것 같다. 제주도가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거문오름과 주변 용암동굴계였다고 한다. 거문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흘러가며 만장굴 등의 동굴을 만든 것이다.
우리는 10시에 예약을 했는데 비가 내리고 싸늘한 날씨였다. 우산을 지참 못하게 해서 우의를 사야 했다.
거문오름은 숲이 우거져 있다. 분화구 안은 전형적인 곶자왈 지대다. '거문'이라는 이름도 숲이 울창해 검은색을 띈다는 뜻이다. 숲을 따라 나무 데크가 깔려 있다.
분화구 안에서 자라는 나무인데 삼나무로 보인다. 거문오름의 분화구는 백록담의 네 배 크기다. 당시 화산 활동의 규모가 어떠했을지 짐작이 된다.
거문오름에는 나무 외에 숯가마터, 일본군 진지 동굴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많다. 제주도를 대표하는 오름이라고 할 수 있다.
용암이 흘러내리다 굳고 함몰된 자리. 이곳 나무들은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한다.
두 시간 가까이 해설사와 동행하며 설명을 듣고 수직동굴 갈림길에서 나는 능선을 따라 돌아가는 전체코스를 택했다. 아래 지도에 오렌지색으로 표시된 길로 길이가 10km 정도다. 이 길은 걸은 사람은 40명 중 나 하나밖에 없었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답답했는데 혼자 나선 길이 시원했다. 자유탐방제를 실시한다면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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