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은 언제 가도 화단의 꽃구경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식물에 관한 한 어머니는 전문가시다. 언제 무슨 작물을 심을지, 동네 젊은 아낙들은 항상 어머니에게 묻는다. 꽃도 마찬가지다. 비결이 궁금하단다.
꽃은 피고지고를 반복한다. 그럼으로써 늘 새롭다. 개체의 생멸이 온존재를 유지시키는 원동력이다. 꽃은 지는 걸 아쉬워하지 않는다. 다른 형태로 몸을 바꿀 뿐이다. 존재의 다른 양식일 뿐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한들 서러움이 덜해질까. 늙으신 어머니가 꽃들 너머에서 자식에게 줄 곡식을 고르고 있다.
화단에 흰색 무궁화 세 그루가 새로 심어졌다. 키는 1m 남짓 되는데 매일 서너 송이씩 꽃이 핀다. 어머니는 그 꽃을 따서 뜨거운 물에 담가 우려내 마신다. 치매 예방에 좋다는 것이다. 이모 한 분이 뇌졸증으로 요양원에서 치료 받으시는 중이다. 건강에 대한 어머니의 관심도 부쩍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