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을 본 지는 꽤 되었다.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는 게 목적이었는지 섬뜩한 장면들이 뒤엉켜 그때는 머리가 너무 혼란스러웠다. 지금도 비슷하다. 거북한 장면을 배격하고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헤아려보려 해도 잘 잡히지 않는다.
두 대사가 기억에 남아 있다. 하나는 다그치는 아빠에게 효진이 한 말이다. "뭣이 중헌디?" 이 절규는 당시 상황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아닐까.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도 모른 채 헛다리를 짚으며 살아가는 우리에 대한 분노인 것 같다.
다른 하나는 무당으로 나오는 황정민의 말이다. 왜 내 딸에게 이런 비극이 일어나느냐는 곽도원의 질문에, 희생자가 되는 건 고기가 미끼를 무는 것과 같다는 대답이다. 악의 세력은 낚싯대를 드리우고 고기가 걸리기를 기다린다. 우연히 미끼 옆을 지나는 물고기였을 뿐이다.
감독은 선과 악의 대결 구도로 세상을 보는 것 같다. 사건의 배후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악의 세력이 존재한다. 불화를 일으키고 고통과 눈물을 생기게 한다. 그들은 옛날의 인신 공양처럼 인간의 희생 제물을 요구한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이 악이고 무엇이 선인지 모른다. 악의 세력에 협조하기도 한다.
영화는 끝까지 악의 정체를 숨긴다. '곡성'은 오컬트 영화다. 서양에서 마귀 퇴치는 신부의 전담인데 '곡성'에서는 신부가 무능하게 나오는 게 특이하다. 무당 황정민의 정체도 그렇다. 믿었던 존재에게 뒤통수를 맞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표면적인 현상이나 상식만으로 세상을 판단하는 게 얼마나 무리인지 깨닫는다. 영화 '곡성'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정도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