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을 지나는 탄천 산책로를 저녁나절에 걸을 때가 있다. 도시를 관통하는 위치 탓인지 늘 운동 나온 사람들이 많다. 넓은 공터에서는 함께 모여 에어로빅을 하는 팀도 있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힘찬 기합 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린다. 그 소리만 들어도 절로 기운이 솟는다.
가까이 가서 보면 대부분이 아줌마들이다. 백 명은 넘어 보이는데 남자는 가뭄에 콩나물 나듯 서넛 정도 끼어 있을 뿐이다. 마음은 있어도 쑥스러워서 들어서지 못할 것 같다. 반면에 여자들은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없이 리듬에 몸을 맡기고 땀을 흘린다. 무척 적극적이다. 누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남녀 성의 구분이 뚜렷이 나타난다.
노년이 되면 여자들이 훨씬 더 활동적이면서 다양한 관계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대신에 남자들은 퇴직하고 나서 움츠러든다. 가까이 있는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 다 그렇다. 젊었을 때는 남자들이 힘을 쓰며 주도권을 잡지만, 늙으면 반대로 된다. 자식을 키우며 집에 있던 여자들이 드디어 활개를 편다.
인생을 향유하는 시기는 아무래도 자식들을 내보내고 삶의 굴레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는 60대 이후다. 이 시기에 절대적 우위를 보이는 쪽은 여자다. 사람들과의 관계나 일상에서 자잘한 즐거움을 느끼는 능력은 여자가 탁월하다. 또, 남자에 비하면 매우 개방적이다. 호기심이 강해서 무엇이든 배우려 한다.
반면에 남자들을 보면 불쌍하다. 젊었을 때 진을 다 써버렸는지 생기가 사라진다. 힘 빠진 수사자 같다. 심한 경우는 마누라가 없으면 아무 일도 못 한다. 늘 보살핌을 받았던 습관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이미 자립할 능력까지 상실했다. 재미있게 살 거리를 찾지만 마땅한 게 없다. 여자들은 무조건 부딪친다. 반면에 남자들은 고민하다가 좋은 세월을 다 보낸다.
물론 그렇지 않은 남자도 있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각성하는 남자도 늘어난다. 그래서 어학 공부도 하고, 문화센터도 열심히 쫓아다닌다. 늘그막 해서야 새로운 취미를 찾아내려 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여자를 따라가지는 못한다. 기본 능력에서 차이가 나고 훈련도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노년이 되어 인생을 향유하는 능력은 여자가 월등하다. 특히 사람들과 관계 맺는 능력은 남자가 흉내 내지 못한다. 성차가 분명히 존재한다. 남자 입장에서 부럽기는 하지만 남자는 남자 나름의 길이 있다고 본다. 분명한 것은 의존적이냐 독립적이냐의 문제다. 하나의 독립적인 인간으로 성숙해 있다면 어떤 위치에 있어도 인생의 행복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은 여자와 남자를 떠난 공통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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