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273]

샌. 2018. 1. 20. 13:04

안연이 나라 다스리는 방법을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하나라 책력을 쓰고, 은나라 수레를 타고, 주나라 관복을 입고, 음악은 소무곡이어야 하며, 정나라 소리를 버리고, 아첨하는 인물을 멀리해야 한다. 정나라 소리는 음란하고, 아첨하는 인물은 위험하다."

 

顔淵問 爲邦 子曰 行夏之時 乘殷之輅 服周之冕 樂則韶舞 放鄭聲 遠녕人 鄭聲淫 녕人殆

 

- 衛靈公 11

 

 

과거에서 배우는 것은 마땅하다. 막된 나라라도 반면교사의 교훈을 준다. 여기 나오는 소(韶)는 순임금 시절의 음악이다. 이 곡을 처음 듣고 석 달 동안 고기맛을 잊었다고 한 바로 그 음악이다. 무(舞)는 주 무왕 시절의 음악이다. 반면에 정나라 소리는 음란하다며 멀리하라고 했다. 나라를 다스리는데 음악의 중요성이 상당했던 것 같다.

 

정나라 소리가 어떻길래 공자는 음란하다고 했을까. <시경>에 나오는 정풍(鄭風) 중 '치마를 걷고서'라는 노래는 이렇다.

 

子惠思我

건裳涉溱

子不我思

豈無他人

狂童之狂也且

 

子惠思我

건裳涉洧

子不我思

豈無他人

狂童之狂也且

 

그대가 날 사랑한다면

치마 걷고 진수라도 건너 따라가리다

그대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세상에 사내가 그대뿐일까

바보 같은 미친 녀석

 

그대가 날 사랑한다면

치마 걷고 유수라도 건너 따라가리다

그대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세상에 사내가 그대뿐일까

바보 같은 미친 녀석

 

정나라 노래가 다른 나라에 비해 남녀간의 애정 표현이 자유롭고 솔직했다고 한다. 여자가 화자인 이 노래도 굉장히 화끈하고 도발적이다. <시경>에 실리지 못한 더 뜨거운 노래도 있었을지 모른다. 공자 입장에서는 음란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러나 2,500년도 더 전에 이런 노래가 불려질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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