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술 노래 / 예이츠

샌. 2018. 2. 4. 11:32

술은 입으로 오고

사랑은 눈으로 오나니

우리가 죽기 전에 알 것은

다만 이것뿐

나, 잔 들어 입 맞추고

나, 그대를 바로보며 한숨짓노라

 

- 술 노래 / 예이츠

 

Wine comes in at the mouth

And love comes in at the eyes;

That's all we shall know for truth

Before we grow old and die.

I lift the glass to my mouth,

I look at you, and I sigh.

 

- A drinking song / W. B. Yeats

 

 

최근의 진화생물학 연구에 의하면 인간의 행복은 단순한 데서 온다고 한다. 행복은 생물의 본성을 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하였다. 그쪽에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와인 한 잔 나누는 때를 행복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제시한다. 형이상학적 차원에서 행복을 찾는 것은 공허한 짓이다.

 

예이츠는 선견지명이 있었을까. 우리가 죽기 전에 알 것은 이 두 가지라고 노래한다. 그러나 이 시의 하이라이트는 '한숨'이다. 예이츠의 한숨. 인간이기 때문에 잔 들어 그대를 바라보면서도 시인은 한숨을 짓는다. 존재의 유한성, 그리고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인연을 인식할 때 우리는 한숨을 짓는다. 한숨은 낙담이 아니라 스쳐 지나가는 아름다움에 대한 경탄이기도 하다. "I look at you, and I sigh." 예이츠의 한숨이 아니었다면 이 시는 그렇게 자주 인구에 회자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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