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늄은 대단하다. 사시사철 꽃을 피운다. 오죽하면 화무십일홍인가. 꽃을 피워내고 지키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한시도 쉼이 없다. 볼 때마다 감탄이다.
특별한 정성을 기울이는 것도 아니다. 그냥 베란다에 방치 상태다. 심할 때는 한 달에 한 번 물 줄 때도 있다. 그런데도 끈질기게 봉오리를 맺는다. 어떤 때는 지나치다 싶다. 6년 전에 산 제라늄 줄기는 이제 분재처럼 굵어졌다.
유럽에 가면 집 창문마다 예쁜 꽃으로 장식되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제라늄이 아니었던가 싶다. 제라늄은 큰 정성 없이도 제가 알아서 일년 내내 다양한 색깔의 꽃을 보여준다.
지난 추웠던 겨울을 그냥 베란다에서 버티더니 봄이 되니 꽃색이 화사해졌다. 새 봉오리도 여럿 생겼다. 잘 돌봐주지 못하는 미안함이 있지만 그것도 인간의 기준인지 모르겠다. "그냥 놓아두세요. 전 이대로가 좋아요!" 마치 제라늄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고맙다, 제라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