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안부를 물을 때 내가 잘 하는 말이 '그럭저럭'이다. 어쩌다 한 번 쓴 뒤로 지금은 입에 붙어 버렸다. "잘 지내?" "그럭저럭 지내지 뭐."
'그럭저럭'은 '큰 문제나 잘된 일이 없이 그런대로'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큰 문제도 없고 잘되는 일도 없다는 말이다. 요사이 내 생활이 말 그대로 그럭저럭이다. 상대방은 어떻게 알아들을지 모르지만, '그럭저럭'은 무색무취해서 마음에 든다.
'그럭저럭'은 양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험한 세상에서 무탈하다는 것은 잘 지낸다는 말로 받아들여도 된다. 자랑할 일도 비난받을 일도 없으니 감사한 일이다. 그렇지만 행복하냐고 물으면 자신이 없다. 만족하냐고 물으면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다른 면으로 '그럭저럭'에는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이 묻어 있다. 잘되는 일도 없고, 즐거운 일도 없다. 사는 게 재미없어, 라는 소리 없는 고백이다. 그렇지만 전면적인 불만족까지는 아니다.
만족과 불만족 사이의 어느 지점에 '그럭저럭'이 있다. '그럭저럭'이라고 말하면 그 애매모호한 경계가 느껴진다. 아마 상대방도 반응하기가 난감할 것이다.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야 할지 잠시 머뭇거려야 한다.
사실 우리들 대부분은 그럭저럭 살아간다. 나만이 아닐 것이다. 떨쳐내고 싶다가도 어느새 옆에 붙어 있는 '그럭저럭'을 본다. 가만히 지켜보면 의외로 귀여운 녀석이다. 자족의 삶은 녀석과 얼마나 사이좋게 지내느냐에 달려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