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행복은 이슬비다

샌. 2018. 6. 22. 10:35

행복은 이슬비다. 작은 것이 쌓여 촉촉이 젖어드는 것이 행복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 사람은 천차만별이지만 행복을 향유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졌다. 만약 행복을 부자나 스타만 독차지한다면 세상은 얼마나 잿빛이 될 것인가.

크고 거창한 것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로또에 당첨되면 행복할까. 로또 당첨은 일시적인 충격요법일 뿐 기쁨의 강도는 급속하게 감소한다. 이런저런 복잡한 문제가 생기면서 불행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행복은 잔잔하면서 오래 지속하는 감정이다. 오르내리는 진폭이 크면 평온을 유지하기 힘들다.

많은 소유는 욕망을 크게 하므로 내적 만족을 얻지 못한다. 오히려 적게 가진 사람이 자족할 줄 안다. 행복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권리다. 이혼한 사람이나, 쫄딱 망한 사람이나, 건강을 잃는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고난은 새로운 행복을 발견할 기회가 된다. 행복은 외적 조건에서 오지 않는다.

자잘한 일상에서 행복을 발견할 줄 알아야 인생을 제대로 사는 사람이다. 창으로 스며드는 밝은 아침 햇살, 맑고 상큼한 공기,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아내의 달그락거리는 소리, 손주의 웃음, 식후에 마시는 달콤한 커피 한 잔, 비 오는 날의 부침개와 소주 한 잔, 타이레놀 한 알로 사라지는 두통,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 하루의 행복을 만든다. 그러므로 행복은 이슬비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를 소확행(小確幸)이라고 불렀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이다. 갓 구워낸 빵을 손으로 찍어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서 돌돌 말린 팬티가 잔뜩 쌓여 있는 것, 겨울밤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퐁퐁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소확행이란 이런 것이다.

이런 행복이라면 누구나 누릴 자격이 있지 않은가. 이슬비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우산만 쓰지 않으면 누구나 행복의 이슬비를 맞을 수 있다. 크고 두꺼운 우산으로 하늘을 가리고 나는 불행하다고 징징거리는 바보가 되지 말자. 똑 같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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