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달 착륙 조작이 가능한가

샌. 2018. 11. 29. 22:12

과거에 물리 선생을 하다 보니 현장에 있을 때 아이들로부터 달 착륙이 조작된 게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실제 달 착륙을 생중계로 지켜본 나로서는 인간이 달에 발을 디딘 사실을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어서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무엇이건 의문을 품고 검증하는 것은 좋지만,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너무 쉽게 가짜로 단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달에 갔다 오는 자체가 워낙 기적 같은 일이다 보니 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 조작이라고 믿어버리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한 것 같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달 착륙 조작이 과연 가능할까. 아폴로 11호부터 17호까지 달에 간 우주인이 열 명이 넘는다. 그들과 직접 관계된 사람이 수백 명은 될 것이다. 음모론자 주장대로 달 착륙 장면이 세트장에서 촬영되었다면 그 과정에 관련된 숫자도 만만찮을 것이다. 이 모든 사람이 거짓의 음모에 가담하고 비밀을 지키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더구나 경쟁 관계에 있던 소련이 침묵할 리가 없다. 소련의 첩보력이라면 이러한 거대 사기극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설마 미국과 소련이 공모했다고 말하지는 않겠지. 내가 볼 때 달에 가는 것보다 조작하는 게 몇십 배는 더 어려워 보인다.

 

달 착륙 조작설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주장도 허술하다. 제일 많은 것이 달에서 찍은 사진과 관련된 논란이다. 여러 예를 들며 세트장에서 찍었다고 주장한다. 사진에 대한 기초 지식만 있다면 이런 황당한 주장은 할 수 없다.

 

몇 가지만 보자. 달에서 보는 하늘은 캄캄한데 별이 찍혀 있지 않다고 한다. 달 표면에 노출을 맞추면 별은 당연히 찍히지 않는다. 만약 별이 보이게 사진을 찍으려면 보통 20초 이상의 노출을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달 표면은 노출 오버로 하얗게 날아간다. 또, 그림자 방향이 서로 다르다면서 세트장의 점 광원 탓이라고 주장한다. 아니다. 평행광선일지라도 표면 경사에 따라 그림자 방향이 어긋날 수 있다. 공기가 없으니 성조기가 흔들릴 수 없다고도 말한다. 그에 대한 오해는 착륙 당시에도 있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당시에 '아폴로 박사'가 이렇게 설명했다. 가는 용수철을 국기에 넣어 제작했기 때문에 한 번 흔들어주면 관성으로 오랫동안 진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잠깐은 흔들릴 수 있다. 이런 것은 오히려 조작이 아니라는 반증이 된다.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NASA에서 일반인도 알아챌 만큼 어수룩하게 조작 영상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달에 못 가는데 50년 전에 어떻게 갔느냐고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마음만 먹으면 지금도 갈 수 있다. 단지 예산이 문제다. 당시는 미국이 소련을 이기기 위해 전 국력을 모아 아폴로 계획을 추진했다. 목표를 달성하고 난 뒤에는 실익이 없는 우주 탐사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을 수 없었다.

 

달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다시 이륙해 모선과 결합하는 과정이 제일 어렵다. NASA는 제미니와 아폴로 10호까지의 훈련을 통해 난제를 극복해 나갔다. 지구 궤도상에서 랑데부와 도킹 연습을 반복해서 했다. 이런 준비 과정을 모르면 달에 내렸다 다시 돌아오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여길 수 있다. 달 착륙은 당시의 과학 기술로도 충분히 가능한 프로젝트였다.

 

달 착륙선은 높이가 10m이고, 질량은 14t 정도 나간다. 이 중에서 연료가 2/3를 차지한다. 이륙할 때 사용하는 착륙선 상부 선체는 5t 정도 나가는데 달의 중력은 지구의 1/6이므로 무게는 800kg 쯤 된다. 착륙선의 상승 엔진 추진력은 1t이 넘기 때문에 충분히 이륙시킬 수 있다. 달 궤도를 도는 모선과의 랑데부도 지구 궤도에서만큼 어렵지 않다. 달에서 떠나오는 데 필요한 연료를 걱정한다면 관성 비행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어찌 됐든 아폴로에 의한 인간의 달 착륙은 사실이고, 조작은 불가능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달 착륙 프로젝트에는 여러 나라의 많은 과학자가 관여하였다. 월석을 비롯한 탐사 결과도 여러 나라가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 만약 달 착륙이 NASA가 장난을 친 조작극이라면, 그래서 수십억 인류를 이때껏 완벽하게 속였다면, 어쩌면 그것이 달 착륙보다도 더 위대한 기술일지 모른다. 이래저래 경탄하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내년이 달 착륙 50주년이 되는 해다. 아마도 달 착륙 조작 여부에 대한 논쟁으로 시끄러운 한 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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