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블랙홀의 그림자

샌. 2019. 5. 3. 10:41

지난달에 인류가 최초로 찍은 블랙홀 사진이 공개되어 화제를 모았다. 블랙홀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만 할 뿐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으니 직접 볼 수는 없다. 주변에 있는 물질이 블랙홀의 영향을 받아 격렬한 운동을 하면서 방출하는 전자기파를 통해 블랙홀의 존재를 유추한다. 간접적으로 볼 수 있으니 '블랙홀의 그림자'라고 부른다. 바로 이 사진이다.

 

 

이 블랙홀은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M87이라는 은하 중심에 있다. 붉은색이 블랙홀 주위를 회전하는 원반이고, 가운데 보이는 검은 영역이 블랙홀이다. 블랙홀에서는 '사건의 지평선'과 '특이점'이라는 용어를 알아두면 편하다. 고밀도로 압축된 천체는 중력이 엄청 강해서 주변의 시공간을 휘게 만든다. 그래서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게 되는데 그 경계면이 '사건의 지평선'이다. '사건의 지평선' 안으로 들어가면 밖으로 나올 수 없다. '사건의 지평선'으로 둘러싸인 구의 중심에 '특이점'이라 불리는 천체가 있다. 이 사진에서 가운데 검은 부분 안쪽 어딘가에 '사건의 지평선'이 있을 것이다.

 

M87 블랙홀은 질량이 태양의 60억 배이고, 지름은 160억 km로 추정한다. 태양계보다 더 크니 엄청난 덩치다. 우주의 모든 은하 중심에는 '거대질량 블랙홀'이라 불리는 이런 블랙홀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우리 은하에도 존재한다. 훨씬 가까이 있는 우리 은하 블랙홀을 찍기가 더 쉬울 텐데 다른 장애가 있는 것 같다. 아마 곧 우리 은하 블랙홀 영상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 지구 각지에 있는 8대의 전파망원경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었다. EHT(Event Horizon telescope,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라 부른다. 이렇게 하면 지구 크기만 한 망원경 효과를 낸다고 한다. 달에 있는 탁구공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의 해상도다. 1.3mm 파장의 전파로 관측한 결과인데, 당연히 우리 눈에는 저렇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사진을 찍은 게 아니라 수많은 데이터를 새롭게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해석해서 만들어진 영상이다.

 

블랙홀은 신비한 특성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론을 통해 그 성질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지만, 인류가 영상으로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기념비적인 사진이다.

 

이 정도 기술력이라면 외계의 지적 생명체의 발견도 손에 잡힐 듯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자연계에서 발생할 수 없는 전파를 발견했다는 뉴스가 당장 오늘 나온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비록 수백, 수천 만 년 전의 흔적일 테지만 우주인이 존재한다는 증명이 된다면 인류의 우주 인식에 획기적인 전환이 일어날 것이다. 어쨌든 과학의 발전은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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