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자방 격리

샌. 2020. 3. 6. 15:30

살짝 몸살기가 찾아왔다. 사흘 전에 물빛공원을 걸을 때 찬 바람이 불어서 좀 걱정이 되긴 했다. 콧물이 흘렀고, 몇 번 재채기도 나왔다. 그 뒤로 머리가 띵 하며 몸이 나른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환절기 연례행사를 치러야 하나 보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된 손주가 집에 와 있어 나는 어쩔 수 없이 자가 격리보다 더 센 자방(自房) 격리 중이다. 만에 하나 코로나19라면 큰일 날 일이니 문 닫고 방안에 갇혀 있다. 덩달아 치통까지 찾아와 요사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산다. 몸살기라도 사라져야 치과를 갈 텐데, 그저 진통제를 먹으며 버틸 수밖에 없다. 이런 시기에는 몸이 아프면 더더욱 안 된다.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은 기세가 상당히 수그러들었다. 한창때 수천 명씩 나오던 확진자 수가 지금은 백 단위로 줄었다. 우리나라도 새로 생기는 환자 수가 꺾이는 경향을 보인다. 제발 정점이 지나고 안정 단계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방역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선은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의 불안과 분열을 부추기는 행위는 삼가야겠다.

 

방 안에만 있으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제는 유튜브로 신천지 관련 동영상 세 개를 보았다. 전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에 신천지가 원성의 대상으로 부각하면서 도대체 어떤 단체인지 궁금했다. 이만희 교주의 설교(?)와 신천지에서 탈퇴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신천지는 조직의 짜임새나 위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교주의 카리스마가 아니라 철저히 계산된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2011년 잠실 집회에서 한 이만희 교주의 설교를 들어보니 교리는 예상외로 엉성했다.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모르겠다. 대부분의 이단은 크든 작든 종말론을 강조한다. 채찍과 당근이 있어야 신도들을 모으기 쉽다. 신천지도 예외가 아니다. 요한계시록을 정전으로 채택한 것은 아무래도 교회의 실수가 아니었을까. 자기의 해석이 정통이라고 주장하는 수백, 수천의 가짜 선지자가 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예수가 종말론자였음은 분명하다. 제자들에게 종말의 때에 생길 현상을 설명하면서, 모든 것이 한 세대 안에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자들도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어느덧 2천 년이 흘렀다. 하나님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이 다르다고 말하지만 설득력이 별로 없다. 성경에서 종말에 대한 부분은 늘 시비와 논란이 되었다. 사이비 기독교는 이를 교활하게 이용해 먹는다.

 

코로나19 확진자의 70% 정도가 종교와 관련이 있다. 신천지 신도가 대다수지만, 개신교와 천주교에서도 집단 감염이 있었다. 전염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던 중세 시대에 유럽에서는 도와달라고 모여서 신께 기도하다가 오히려 피해를 키웠다고 한다. 무지했던 그 시절이 다시 재현되지는 않길 바란다. 믿고 기도하면 바이러스가 피해간다고, 어떤 일이 있어도 모여서 예배드리는 걸 포기할 수 없다고, 큰소리치는 성직자(?)가 아직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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