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에 OECD에서 '2020년 삶의 질 보고서(How's Life in 2020)'를 발표했다. 소득과 부, 주택, 일과 직업, 삶의 균형, 건강, 지식과 기술, 환경, 주관적 만족도, 안전, 사회적 관계, 시민 참여 등 11개 분야를 조사해서 각국의 삶의 질을 분석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과거보다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 반면에 소득 격차나 불평등 문제는 개선이 되지 않았다. 또한, 서로 간에 관계의 단절이 심해졌다. 사람들이 친구나 가족과 대화하는 데 쓰는 시간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국가별로는 북유럽과 뉴질랜드, 스위스 국민이 높은 삶의 질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주관적 삶의 만족도에서 10점 만점에 6.1점으로 33개국 중 32위를 기록했다. 올해부터 터키가 새로 통계에 추가되어 생긴 결과일 뿐 최하위나 마찬가지다. OECD 평균에 뒤지지 않는 지표도 많지만, 주관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평가하는 부문에서는 불만족도가 특히 높다.
한국은 계층별, 남녀간, 교육 수준별 불평등이 다른 나라에 비해 심하다. 소득에서는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7배의 차이를 보인다. OECD 평균은 5.4배다. 남녀간 임금 격차는 34.6%로 OECD 평균의 세 배나 된다. 사회적 관계 단절도 문제다. 필요할 때 의지할 가족이나 친구가 없다고 답한 사람이 응답자의 19%로 OECD 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과도 연관되는 문제인 것 같다. 우리나라가 취약한 분야가 어딘지 이 통계가 잘 말해준다.
우리나라는 삶의 불만족을 야기하는 여건이 지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선진국보다 한국은 행복의 사회적 기초가 부족한 나라다. 제일 큰 문제는 불평등과 불공정이다. 물질적 수준이 높아져도 상대적 차별을 느끼면 행복감이 현저히 떨어진다. 정부가 개선하는 정책을 쓰면 다른 편에서는 사회주의 정부라고 비난한다. 부자의 비난은 그럴 수 있다지만, 소득 하위 계층에서도 다수가 동조하는 현상은 이해하기 어렵다. 복지 정책의 혜택을 받을 사람들이 복지 사회를 부정한다.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데 발목을 잡는 요소다.
이런 사회적 문제와 함께 개인의 경쟁 심리와 성공에 대한 욕망도 불만족을 높이는 한 원인이다. 우리는 출세하고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너무 큰 것 같다. 자신에 만족하기보다 남과 비교하면서 열패감에 젖는다. 남이 잘되는 꼴을 못 봐준다. 하나의 공동체로 뭉치기도 잘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너는 너고, 나는 나라는,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덜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의 삶의 만족도는 늘 최하위권에서 제자리걸음이다. 살아가면서 정작 제일 중요한 요소인데 말이다. 코로나19가 나라에 큰 충격파를 던져주고 있다. 이 전염병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는 없을까.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방식이나 틀을 반성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로지 경제 타령에서 벗어나 철학적 담론도 일어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