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코로나 이후

샌. 2020. 4. 19. 11:49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지금과 달라질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심지어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역사를 구분하자 얘기도 한다. 과연 그 정도일까?

코로나 이후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궁금한 문제다. 과연 자본주의 체제에 균열이 생길까? 인류가 개과천선해서 더 나은 대안적 삶을 찾을까? 이 정도가 아니라면 코로나로 세상이 바뀐다고 큰소리를 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코로나 이후의 세상이 얼마나 달라질지 회의적이다. 코로나19가 올해 안에 진정되고 경제 회복이 이루어지면 코로나19는 표피에 상처에 남긴 채 사라질 수 있다. 다만 코로나19가 수년간 지속하며 우리를 괴롭히거나,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는다면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때는 정말 세상의 변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가 바꿀 세상의 모습을 내 나름대로 그려본다.

우선 경제에서 타격을 받는다. 인간 활동이 위축되면서 소비가 감소하면서, 생산과 소비라는 자본주의의 축이 흔들린다. 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산업이 재편할 것이다. 경제성장률의 신화도 무너진다. 우리는 소득이 감소하는 축소 경제에 적응해야 한다.

부자가 되는 게 꿈이 될 수 없다. 돈보다는 안전이 우선이다. 사치품보다는 생필품의 가치가 높아진다. 각각의 가치가 제 자리를 찾아간다. 세계화나 신자유주의라는 말은 사라질 것이다. 국가 중심의 자치 경제가 튼튼해진다. 기본소득이라는 개념도 인정받고 도입될지 모른다.

자본주의 경쟁 시스템은 일정 부분 무너진다. 대신 상호 배려와 협동의 공동체 정신이 살아난다.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으며 하나라는 인식을 공유한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위기 상황에서 인간은 더욱 이기적이고 잔인하게 될 수 있다. 어느 쪽으로 가게 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인류의 집단 지성은 현명한 길을 찾으리라 본다.

정치에서는 국가의 역할이 증대할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코로나를 통제한 사실을 보면 안다.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국가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이념은 부차적이 된다. 과거의 이데올로기에 매인 정당은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중앙집권적인 통제 시스템은 경계해야 한다. 잘못하면 전체주의 사회를 효율적이라 여길 수 있다.

지구를 살려야 한다는 환경 의식이 높아진다.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다. 인간 중심에 갇히다가는 지구와 공멸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연 보호는 구호가 아니라 우리가 살기 위한 실천이 된다. 전기 요금을 싸게 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해야 한다는 논리는 사라질 것이다. 대규모 우주 프로젝트도 추진력을 잃는다. 텃밭과 전원생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유기농업이 확대될 것이다.

기성 종교는 쇠퇴한다. 특히 원리주의 기독교는 설 자리를 잃는. 이번 코로나 상황에서 종교가 공동체의 이익과 배치되는 사례가 빈번히 일어났다. 제도 종교 대신에 정신 수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선(禪)과 명상 바람이 불지 모른다. 요가 같이 신체와 정신을 함께 단련하는 운동이 인기를 끌게 된다.

우리 일상은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가정 중심으로 변한다. 하루 이동 동선이 단축될 것이다. 먼 거리 여행보다는 가까운 가족 중심 나들이가 많아진다. 사람들은 작은 데서 기쁨을 누리는 방법을 발견한다. 자본주의가 가르쳐준 행복의 환상에서 벗어난다.

교육 시스템도 마땅히 변해야 한다. 선생과 학생이 한자리에서 의무적으로 만나는 교실 풍경도 달라질지 모른다. 온라인 강의가 충실해지면 꼭 출석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 획일적인 교육 과정이 다양화하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고 소질 있는 분야를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다.

떠오르는 대로 쓰다 보니 내 희망 사항이 돼 버렸다. 누군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올바른 교정자'라고 한 표현을 봤다. 잘못 나가고 있는 세상에 대해 바른 방향으로 가라고 가르쳐주는 나침반 역할을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우리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인류의 삶에 축복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우리는 지금 혼란한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다. 당장의 이(利)와 불리(不利)를 떠나 높은 조망에서 이 사태를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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