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나이인지라 친구들 단톡방에는 건강 관련 글이 자주 올라온다. 수도 없이 반복해서 듣는 건강 상식에 관한 내용이다. 나는 건강 문제에 별 관심이 없는 데다 그 말이 그 말이어서 대부분 보지도 않고 삭제한다.
며칠 전에 한 친구가 허정 박사의 건강 비법이라면서 글을 하나 올렸다. 첫머리의 '자기 몸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기분 좋게 내 마음대로 사는 것이 건강의 비법'이라는 말이 눈길을 끌었다. 일반적인 건강 상식은 무시하고 생긴 대로 살자는 것이다. 아무거나 잘 먹고, 잘 자고, 내 맘이 내키는 대로 살면 된다는 얘기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다. 너에게 맞는 식사법이 나에게 맞는 식사법과는 다르다. 획일적인 건강 상식은 없다. 박사의 건강법이 평소의 내 생각과 비슷해서 여기에 옮기며 내 생각을 첨부한다.
1) 음식은 가리지 말고 골고루, 과식은 금물(저녁은 적게 먹어라).
→ 사람 몸은 필요한 음식에 입맛이 동하게 되어 있다. 그때 그때 몸의 요구에 응해주면 된다. 몸에 좋다는 음식을 일부러 가려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소화 기능이 약해져서 먹는 양이 자연히 줄어든다. 많이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다.
2) 고기를 많이 먹자(너무 채식 위주로 빠지지 말라).
→ 어려울 것 없다. 굳이 고기와 야채를 구분하지 않아도 된다. 고기를 먹고 싶을 때 고기를 먹어주면 된다. 일부러 많이 먹을 것까지는 없다. 채식주의자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자.
3) 정력에 좋은 음식은 아무 소용 없다.
→ 정력에 좋은 음식만 아니라 영양제도 나는 별로 믿지 않는다. 자식이 사다 준 비타민제에도 손이 가지 않는다. 아내의 등쌀에 못 이겨 억지로 먹는 시늉만 한다.
4) 때는 밀지 말고 비누는 적게 사용하라(때 민다고 피부를 너무 벗겨 내지 말라).
→ 귀 염증 때문에 목욕탕에 못 가고 때를 안 민지 10년이 넘었다. 때를 안 밀어도 아무 상관없다. 거의 매일 샤워를 하는데 굳이 때를 밀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습관의 문제일 뿐이다.
5) 커피와 술은 마음껏 마셔라(자기 몸이 허락하는 적정선까지).
→ 커피와 술의 양도 개인차가 크다. 적정선은 본인이 안다. 그 범위 내에서 마음껏 기분 좋게 마시면 된다. 커피와 술은 기호식품일 뿐이다. 건강에 유익하냐 아니냐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없다. 하루 두세 잔 커피를 마시면서 믹스 커피가 몸에 좋으니 나쁘니로 다투는 것은 어리석다.
6) 건강한 성생활을 유지하라(성생활을 즐겨라).
→ 글쎄, 이건 내 능력 밖이올시다.
7) 약은 되도록 적게 먹는다.
→ 나는 아프면 침대에 누워 버린다. 가능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연 치유를 택한다. 병원과 약국 신세는 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단, 치과는 예외다. 이가 아프면 부리나케 병원에 가야 한다.
8) 잘못된 건강 상식은 버려라(잠 안 온다고 너무 걱정 말고 잠이 올 때 자라).
→ 잠 잘 드는 법을 따라 하다가 도리어 잠을 설친다. 잠은 무엇보다 마음을 편하게 가지는 것이 제일이다. 욕심부리고 번민하면서 잠 잘 자기를 바랄 수 있을까. 노인이 될수록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 내 수면 시간은 9시간 정도다.
9) 단골 의사를 만들자(종합병원은 오래 기다리고 값만 비싸다).
→ 우리나라도 가정의 시스템이 잘 갖추어지면 좋겠다. 종합병원에 찾아가면 쓸데없는 진단 검사가 너무 많다. 내 병력과 생활을 잘 아는 단골 의사가 있다면 종합병원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나는 건강하기보다는 체질적으로 허약한 편이다. 약하다 보니 무리를 하지 못한다. 그게 오히려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 아닌가 싶다. 나는 일반적인 건강 상식을 믿지 않고 따르지도 않는다. 상식이나 사회 통념에 대한 생래적인 거부감이 있다. 발버둥 쳐봐야 오십 보 백 보다. 나는 유전자의 힘을 더 믿는다. 그래서 생긴 대로 살자주의다.
건강은 음식이나 섭생보다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편하게 다스리는 게 우선이다. 그 뒤에 음식이나 섭생에 신경 쓸 일이다. 남을 미워하고 분노하면서, 속에는 놀부 심보가 가득하면서, 어찌 제 몸이 건강하길 바라겠는가. 몸은 마음과 연동하여 작동한다. 기본은 마음씀이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면 된다. 몸에 좋은 게 뭘까, 찾지 말고 내 몸의 소리에 예민해지자. 내가 내 몸의 주인이다. 병 주고 약 주는 세상의 잡설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게 유익하다. 그것이 내맘대로 건강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