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채현국 선생 어록

샌. 2021. 4. 5. 11:12

우리 시대의 자유인이자 스승이신 채현국 선생이 지난 2일에 노환으로 별세하셨다. 전설 같은 선생의 일생과 삶을 반추해 보며, 몇 말씀을 되새긴다. 고인의 안식을 빈다.

 

 

꼰대는 성장을 멈춘 사람이고, 어른은 성장을 계속하는 사람이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내가 썩는다. 공부를 하면 썩어도 덜 썩는다.

 

적게 쓰고, 가난하게 살고, 발전이란 소리에 속지 말고, 훨씬 더 소박하게 살라.

 

덜 유명해야 한다. 유명하면 자유롭게 살 수 없다.

 

방황을 겁내지 말라. 방황을 겁내면 늙어서 추해지기 쉽다. 어른들 말은 잘 안 들어도 된다. 어른들의 정의가 다 옳은 것은 아니다.

 

나는 가졌는데 남은 가지지 않으면 미안한 거다. 내가 남의 것을 움켜쥔 거다. 재주나 노력도 마찬가지다. 내가 노력해서 이뤘다면 그 사람은 노력을 할 수 없었던 까닭이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야 한다.

 

행복이 문제라면 왜 부자가 되어야 하는가. 그건 자연파괴를 합리화하는 거지 같은 소리다. 욕망이 무한하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밥도 한 공기 먹으면 더 먹기 싫다. 인간의 욕망이 아니라 인간의 상상력이 무한할 뿐이다.

 

학교는 좋은 학생만 길러내는 곳이 아니라 좋은 교사도 길러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상 받지 않는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 상 받는 아이들은 상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 덕분에 상을 받는 거다.

 

서울대 다닐 것 없다. 서울대 다닌 놈들이 더 아첨꾼이 된다.

 

잘 늙을 생각하지 말고 젊을 때 잘 살아야지. 젊을 때 정신 안 차리면 저 모양으로 늙는다. 노망 나서 저러는 게 아니야. 난 늙어서 나빠지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젊을 때는 나쁜 걸 잘 감추다가 늙었을 때는 감출 필요가 없으니 결국 드러나는 거지. 그러니까 젊었을 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돼.

 

학생들은 공부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 일방적으로 선생의 욕구대로 가르치려고 하면 안 된다.

 

좀 덜 치사하고, 덜 비겁하고, 남 기죽이거나 깔아뭉개는 짓 안 하고, 해코지 안 하고, 그것만 하고 살아도 인생은 살 만하지.

 

내가 아는 지식이나 진리는 다 가설이야. 아는 것 전부가 고정관념이야. 확실하게 아는 것일 수록 더 그래.

 

돈 버는 게 악이 아니라 돈 버는 것만이 가치라고 여기게끔 만드는 것이 악이야.

 

농경사회에서는 나이 먹을수록 지혜로워지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지혜보다는 노욕의 덩어리가 될 위험이 크다.

 

남을 본받을 생각하지 마.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스스로 생각해. 남이 하는 말도 듣지 말고, 남이 하는 행동도 잊어버려.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져야 해. 옳게 살려고도 하지 말고, 치열하게 살았다고도 말하지 마. 신나게 살았으면 된 거지, 뭘 치열하게 살아. 진짜 치열했으면 벌써 죽었어.

 

나는 좌우명 같은 것들을 없애려고 노력해 왔다. 이유는 하나다. 모두 '분칠' 같아서다. 지식이라는 것, 뭘 안다는 것 또한 삶을 분칠하는 것이다. 명언이나 좌우명 같은 것들이 삶을 살아가는 데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이런 것들이 결국에는 농약이나 화학비료 같은 것이 되고 만다. 사람은 순박하게 살아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소박함, 순박함을 모두 날려버린다. 나는 그런 것들을 철저히 거부하며 살아왔다. 내 인생에 교훈이나 좌우명은 없다.

 

쓴맛이 사는 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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