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관곡지에서 저어새를 보다

샌. 2021. 4. 10. 10:38

시흥 관곡지에서 처음으로 저어새를 보았다. 저어새는 멸종위기종으로 천연기념물로 보호하는 새다. 한때는 전 세계에서 수백 마리밖에 남지 않아 거의 멸종 단계까지 갔으나, 다행히 지금은 수천 마리대까지 증가했다. 귀한 새를 수도권 저수지에서 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관곡지에 찾아온 저어새는 이상하게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원래 저어새는 경계심이 많아 사람 가까이 접근하지 않는다. 전문 탐조가도 저어새를 관찰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관곡지의 저어새는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있어서 너무 놀랐다. 이런 새는 처음 본다.

 

 

저어새는 주걱 같이 생긴 부리가 특징이다. 부리를 물속에 넣고 좌우로 저으면서 먹이를 잡는다. 그래서 이름이 저어새다. 재미있게 지은 이름이다. 영어 이름을 찾아보니 'black-faced spoonbill'이다. '검은 얼굴을 한 숟가락 부리'라는 뜻이다.

 

얘들은 저인망 훑듯이 바닥을 휘저으며 지나간다. 미꾸라지를 아주 좋아하는 것 같다. 저어새에 비하면 백로나 왜가리는 점잖은 사냥꾼이다. 사냥하는 양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백로나 왜가리는 저어새 근방에 있다가 저어새가 놓친 물고기를 낚아챈다. 때로는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중대백로는 역시 우아하다.

 

 

유치원 아이들이 관곡지에 나들이를 나왔다. 농로에 앉아 올챙이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꼬물거리는 게 무척 신기한가 보다. 잡은 올챙이를 돋보기로 관찰도 한다. 저어새가 올챙이를 잡아먹는 걸 알면 꼬마들 반응이 어떨까. 새가 예쁘지만 옹기종기 아이들은 더 예쁘다.

 

 

처음 저어새를 본 의미 있는 날이었다. 눈으로 확인하면서 하나씩 새 이름을 알아가는 재미가 크다. 이런 것도 내 생활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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