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행동을 결정하는 제일 강력한 요인은 무엇일까? 나는 단연코 '이욕(利慾)'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을 비롯해 모든 동물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다. 개체의 생존과 종족 번식의 욕구는 이기성의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돈 많고 권력이 있으면 주변에 사람이 모여든다. 뭔가 덕 볼 일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덕 볼 일이 없다고 생각되면 냉정하게 발걸음을 끊는다. 오죽하면 염량세태(炎凉世態)라는 말이 있겠는가.
심지어는 부모 자식간도 다르지 않다. 우리 나잇대에서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손주를 자주 보는 방법은 올 때마다 용돈을 듬뿍 쥐어주면 된다는 것이다. 주말마다 부모님을 찾아뵙는다고 자랑하는 사람이 효자인 줄 알았더니 속셈은 따로 있었다. 제가 부모한테 덕 볼 일이 없어도 그렇게 정성을 다하는 척할지는 미지수다. 인간은 돈 앞에서 약하다.
결혼하면서 상대를 고를 때도 내가 얼마나 덕 볼 수 있을까를 따진다. 이리저리 요량해 보고 손익계산서가 플러스가 되어야 오케이 한다. 사랑은 그저 핑계일 뿐이다. 경제적 능력이 사라지면 수십 년을 산 부부의 연도 아무 힘이 없다. 천륜(天倫), 천생연분(天生緣分)은 괜히 '하늘'을 빌린 수사에 불과하다.
하물며 친구라 부르는 사이를 믿을 수 있겠는가. 관포지교(管鮑之交)를 칭송하는 이유는 대다수의 관계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난하고 병들 때 누가 옆에 남아 있어줄지를 생각하면 자신이 없다. 다른 친구에게 나 역시 마찬가지다. 잠시의 관심과 연민이 지나면 잊힌다. 서로가 필요한 조건이 될 때 친구 관계도 유지되는 법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덕 볼 일이 있으면 사람이 모여들지만, 덕 볼 일이 없으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이욕은 유전자에 내재된 인간의 성향이 아닌가. 인지상정이 그러하니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그나마 상처를 적게 주고받자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아닌 너와 나의 그 거리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