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종도 서쪽에 신도(信島), 시도(矢島), 모도(茅島)라는 세 개의 작은 섬이 있다. 삼목항에서 배를 타고 10분 쯤 가면 신도선착장에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세 섬 사이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사람들은 셋을 합쳐 '신시모'라 부르기도 한다.
이곳을 걸어보기 위해서 신시모에 갔다. '삼형제섬 길'인데 세 섬을 지나는 길이가 14km 쯤 된다. 대한민국 해안누리길 53번 노선에 해당한다. 처제 부부와 함께 했다.
처제 부부는 걷기에 자신이 없다면서 차를 가지고 들어갔다. 그래서 우리도 신도 걷기는 포기하고 시도만 함께 걷기로 했다. 신시도 연도교에서 시도를 반시계방향으로 돌아 노루메기까지 걸었다. 이것만 두 시간 반이 걸렸다.
시도를 한 바퀴 돌고 모도로 건너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소라와 성게 비빔밥을 시켰다. 허기진 배에 무엇이 맛있지 않으랴.
오후가 되니 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따가웠다. 더 이상 걷기는 무리여서 발길을 돌려 신도선착장으로 향했다. 처음 계획했던 길이의 반밖에 걷지 못했다. 그래도 바닷바람을 잘 쐰 날이었다.
신시모가 조용한 섬으로 남아 있길 기대하는 건 무리가 있으리라. 언젠가 육지와 연결되면 더 많은 차량과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다. 지도를 보니 섬에 있는 지명에 정겨운 우리말이 많다.
안구지, 웃구지, 갯말, 능워니, 갯부리, 안들곶, 하머리, 쑥개, 선창끄미, 뒷동골, 산여물, 통돌, 갯고지, 비름돌, 넉바위, 느진구지, 남부리, 장골, 노루메기, 구녁들, 개질, 박절, 박주기, 배미꾸미, 강돌, 물섬고리, 시든물, 가무래부리, 띠염.
세월이 흐르더라도 이런 말이 오래 살아 있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