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도를 오르내리는 더위가 열흘째 이어지고 있다. 더위 때문에 바깥출입도 뜸해졌다. 코로나 시대의 피서는 돌아다니기보다 집에 가만히 있기다. 덜 움직이고 뒹굴거리다 보면 더위도 잊는다. 며칠 전에 도쿄 올림픽이 개막해서 집안에서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따가운 햇살이 힘을 잃을 저녁 무렵에 아내와 동네 산책을 나선다. 먼저 텃밭에 들린다. 텃밭에는 손주가 심은 수박이 있다. 하필 수박이 제일 비실거리며 줄기가 뻗질 못한다. 이러다간 수박 달리는 걸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손주가 실망할까 봐 아내는 걱정이다. 둘이 페트병에 물을 가득 담아가서 수박에 듬뿍 준다.
올해는 텃밭에서 나오는 야채 덕을 톡톡히 본다. 고추, 가지, 상추, 깻잎, 방울토마토 등 식탁에는 텃밭에서 나오는 싱싱한 야채가 매일 오른다. 아내는 먹는 재미보다 가꾸는 재미에 더 빠져 있는 것 같다.
고개를 넘어서 목현천 길을 걷다. 한낮의 열기가 덜 식어서인지 산책로에는 사람들이 드문드문하다. 여름에는 마스크에 땀이 맺혀서 더 답답하다. 사람 없는 데서는 벗고, 사람이 보이면 쓰고를 반복한다. 천변에 핀 참나리는 제 때를 만났다.
돌아올 때쯤 서산으로 해가 기울다. 1시간 반 정도의 산책길에 1만 보 정도 걷다. 덥더라도 매일 이 정도는 걸어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생각뿐이다. 집에서 빈둥거리는 게 제일 편하고 좋아, 올여름도 여기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걸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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