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샌. 2021. 12. 8. 17:50

 

SF 소설 <듄>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분량이 엄청나서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내가 알기로는 6권이나 되는 장편소설이다. 이번에 영화로 만들어져 책 읽는 대신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의 감동이 크면 책을 사서 읽어볼 작정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굳이 책을 읽어볼 생각은 들지 않았다. 너무 기대가 커서 그렇지 않은가 싶다. '듄'은 10,000년 뒤의 우주를 무대를 한다. 인류는 거대한 은하 제국을 만들고 황제가 통치하면서 귀족 가문들이 각자의 행성을 다스린다. 꼭대기에 왕이 있고 성을 중심으로 봉건 군주들이 통치하던 중세 시대와 다를 바 없다. 우주 전쟁도 성 뺏기 전투에 다름 아니다.

 

아트레이디스 가문은 본거지를 떠나 아라키스 행성으로 이주해 통치하라는 황제의 명령을 받는다. 아라키스는 사막으로 되어 있어 살기에 부적절한 행성이다. 대신 사막 벌레가 만드는 스파이스라는 보물이 있어 서로 차지하려고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아라키스에는 사막에 적응한 원주민인 프레멘이 살고 있고, 전에는 사악한 종족인 하코넨이 지배하고 있었다. 황제는 하코넨과 결탁하여 세력이 강해지는 아트레이디스 가문을 없애고자 아라키스 행성으로 보낸 것이다.

 

영화는 시작하면서 'DUNE'이라는 타이틀 밑에 '1편'임을 밝힌다. 긴 이야기의 시작이다. 소설을 읽지 않아 알마만큼 다루었는지는 모르지만 상당한 연작으로 만들어질 것 같다. 1편에서는 주인공인 폴과 어머니만 남고 아트레이디스 가문은 하코넨에게 몰살 당한다. 폴이 원주민인 프레멘과 합류하면서 복수가 시작될 것이다.

 

'듄'은 정통 SF라고 하기에는 환타지적 요소가 많다. 정치 체제나 제도, 선악의 대결 구도가 기존의 문법을 답습한다. 무대만 우주일 뿐 중세 시대의 마인드가 지배하고 있다. 하늘에는 우주선이 날고 레이저 무기가 동원되지만 지상의 군인들은 칼싸움을 한다. 둘의 차이가 너무 도드라져 집중하는데 방해가 되었다. 1만 년 뒤의 세상에 걸맞는 우주적 상상력이 부족하지 않은가 싶다.

 

아라키스 행성에 사는 거대한 사막 벌레는 눈요기감으로 손색이 없다. 수 백 미터 크기의 이 벌레는 사막을 바다처럼 헤엄쳐 다닌다. 이 벌레가 만들어내는 스파이스를 차지하는 자가 돈과 권력을 움켜쥘 수 있다. 그러니 아라키스 행성이 전장터가 될 수밖에 없다.

 

영화에는 '베네 게세리트'라는 비밀 조직이 나온다. 일종의 종교 집단인데 신비한 능력을 소유하고 있어 은하 제국을 막후에서 조종한다. 폴은 이들에 의해 키워진 인물로 아마 나중에는 제국을 평정할지 모른다. 앞으로 나올 뒤편에는 폴의 활약상이 눈부실 것 같다.

 

'듄'은 보편적인 선악의 대결 구도와 영웅의 무용담을 그리는 듯하여 새로운 느낌은 없었다. 어쨌든 이야기의 무대 스케일은 거대하다. 이야기의 전개보다는 우주를 그린 영상미에 끌릴 영화가 아닐까 한다. 그런 점에서 IMAX로 보아야 제대로 된 감동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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