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용서하세요 / 공재동

샌. 2022. 1. 18. 11:02

태평양
어느 섬에서
찍은 사진에는

비닐장갑과
플라스틱 컵이
마구 쌓여 있었다

파도에 떠밀려 온
죽은 고래
뱃속에서 꺼낸

2037개의 장갑과
3434개의 플라스틱 컵

하나님!
용서하세요

- 용서하세요 / 공재동


한 해에 전 세계의 플라스틱 생산량은 5억 t이 넘는다. 이중 10% 정도가 바다로 버려진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양이다. 태평양 한가운데는 해류를 따라 모여든 플라스틱 조각들이 떠 있는 쓰레기 섬이 있다고 한다. 무려 한반도 면적의 5배라는데 작은 알갱이여서 육안에는 안 보인다지만 그래서 더 무서운 일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죽은 대형 해양생물 소식도 이젠 새롭지 않다. 조개나 물고기도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되고 있지만 정확한 실상은 모른다. 먹이사슬을 통해 당장 인간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한 번이라도 더 씻고 가능하면 내장을 제거하고 먹으라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인간의 죄과는 더 큰 업보로 되어 돌아올 게 뻔하다.

과학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는 순진한 낙관주의자도 있지만 상황은 이미 임계점을 지났는지 모른다. 이런 문명을 건설해 놓은 과학에게 자체 정화 능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지구 탈출 계획을 짜느라 분주할지 모른다. "하느님! 용서하세요"라고 두 손만 모으기엔 너무 늦은 게 아닐까. 미미할지라도 시민들이 해야 할 어떤 행동이 남아있기나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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