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폰 쇤부르크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샌. 2022. 8. 21. 11:23

지은이인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는 언론인이자 칼럼니스트로 일하다가 독일 경제가 어려워지자 직장을 잃었다. 수입이 끊어진 가운데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고 우아하게 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 나갔다. 돈이 아니라 인생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가 삶의 우아함을 결정한다는 확신을 갖고 쓴 책이 <폰 쇤부르크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이다.

이제 풍요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하는 지은이의 말은 불안한 국제 정세나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보면 동감이 된다. 전과 같은 고성장의 호황기는 다시 올 것 같지 않고 절약이 불가피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과거와 같은 성장과 자원 낭비가 계속되면 지구가 여러 개여도 부족할 것이다. 환경 파괴도 심각하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적응해 나가야 한다.

이 책은 공허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기반으로 해서 썼다. 그래서 독자의 공감을 얻는다. 내용이 특별한 것은 없지만 우리가 맹목적으로 살아가는 경쟁의 삶을 성찰하기에는 충분하다. 더 많이 가져야 성공이고 화려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자본주의의 선전에 물들어 있는 우리들이다. 윤택한 삶은 많은 돈이나 물건을 쌓아두는 것과 무관하다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인간은 오로지 올바른 태도를 통해서만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책의 목차를 일부만 봐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 망해도 의연하게 사는 방법
- 일을 줄이고 인생을 즐겨라
- '멋진' 외식과 그밖의 나쁜 습관들
-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는 것이 보람 있는 이유
- 휴가 여행이 필요한가
-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기술
- 매스미디어를 건전하게 무시하는 방법
- 왜 돈이 행복의 걸림돌인가

지은이는 포기의 미덕을 자주 말한다. 인간은 포기할 줄 알아야만 만족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인간은 항상 욕구 충족 이상의 것을 원하는 압박에 시달린다. 이 '과잉 충동'의 욕망을 인식하고 알맞게 제한할 줄 아는 것이 지혜다. 누구나 성공하고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라고 설파하는 자들은, 행복의 진부한 상투어를 들먹이면서 이루지 못할 기대를 일깨워 우리를 불행으로 인도한다.

책의 부제는 '우아하게 가난을 과시하면서 쿨하게 부자들에게 신경 끊는 법'이다. 책 내용 중 한 부분이다.

가진 게 없는 사람들만이 백만장자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돈 없는 사람만이 호사를 맛볼 수 있다. 부자에게는 모든 호사도 거추장스러운 짐에 불과하다. 시내의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만한 여유가 없는 사람은 그곳에 초대를 받으면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돈 많은 사람은 절대로 그럴 수 없다. 기껏해야 에베르랭이나 투르 다르장의 닭요리가 더 맛있다고 못마땅해 할 것이다.
사실 부자들이야말로 진정으로 가난한 사람들이다. 돈은 여행이나 멋진 양복 뒤에 몸을 숨기게 하고 삶에서 멀어지게 하는 마약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은 제트 비행기를 타고 생트로페나 뉴욕으로 날아가 시내의 최고급 호텔에 묵으며 삶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지만, 거기에서도 다른 어느 곳에서처럼 불행하긴 마찬가지다. 약간의 건강한 겸손 없이는 진정한 행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처럼 약간 겸손하기가 부자들에게는 무척 어렵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능력, 사회적 신분에 관계없이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는 능력은 대부분의 부자들에게 결여되어 있다. 이것은 진짜 핸디캡이다.
부자들보다 더욱 가난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부유해지고 싶어 하는 가난한 사람들일 것이다. 내가 예외적으로 감탄해 마지않는 복권 당첨자는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의 한 남자이다. 그 남자는 평생 복권을 샀지만 자신이 거액의 복권에 당첨되리라고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정말로 당첨되었다. 910만 유로. 그는 심한 충격을 받았고, 1만 유로만을 남기고 나머지 전액을 기부했다. 자신의 삶이 혼란스러워지는 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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