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는 50세에 회심(回心)의 경험을 하면서 삶이 바뀐다. 거짓되고 타락한 삶을 반성하고 비판하면서 자신이 먼저 진실된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 '인류의 스승'이라는 호칭이 붙은 것도 이때 이후의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항상 괴로워하며 시달림을 받았다. 톨스토이는 죽을 때까지 고통 속에 몸부림치면서 올바른 삶의 방법을 찾으려 애썼다. 톨스토이의 위대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는 석영중 선생이 쓴 톨스토이의 삶과 사상에 관한 책이다. 톨스토이의 작품 중 <안나 카레니나>를 중심으로 톨스토이의 생각을 더듬어 본다. <안나 카레니나>에서 톨스토이를 대변하는 인물은 레빈이다. 레빈은 지주 귀족이었지만 농민들 속으로 들어가 함께 일하면서 삶의 의의를 깨닫는다. 육체의 쾌락에 빠진 안나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 것과 대조된다. <안나 카레니나>는 회심 전에 나온 책이지만 오래전부터 톨스토이의 가슴에는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이 화두처럼 박혀 있었을 것이다.
지은이는 '잘 사는' 방법에 대한 톨스토이의 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 일단 환락의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야 한다.
- 자신이 먹을 것은 자기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 즉 육체노동을 해야 한다.
- 결혼은 하지 말아야 한다. 벌써 결혼했다면 부부 생활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 모든 사람을 형제처럼 사랑해야 한다.
- 착하게 살고 남을 위해 살아야 한다.
- 거짓말하지 말아야 한다.
- 곡물과 채소만 먹어야 한다.
- 술과 담배는 끊어야 한다.
- 어렵고 복잡한 예술은 다 버려야 한다.
- 항상 죽음을 생각하며 겸허하게 살아야 한다.
톨스토이는 말년으로 갈 수록 극단적인 도덕주의자로 변해갔다. 그가 휘두르는 날카로운 붓은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 그의 예술론을 보면 우리가 위대하다고 믿는 대다수의 예술가들이 추잡하고 부도덕한 사기꾼으로 비난받는다. 톨스토이는 예수의 가르침에 가장 근접한 삶을 살려고 했지만 러시아정교회에서는 그를 파문했다. 반면에 톨스토이 정신을 실천하려는 추종자들도 많았다.
건방진 비교인지 모르지만 톨스토이의 삶을 보면서 나와 자연스레 감정이입 되는 것을 느낀다. 나도 비슷한 나이에 회심의 경험을 가졌고 삶의 의미를 찾는 문제에 오랫동안 골똘했다. 나름의 결단도 내렸고 그 결과 현실과의 갈등으로 고통을 받았다. 인생의 의미에 대해 진한 고민을 한 사람이라면 톨스토이를 스쳐 지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톨스토이가 죽을 때까지 천착한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였다. 톨스토이는 그 길을 말만이 아니고 삶으로 보여주었다. 기득권을 포기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물론 그에게도 미숙한 점이 있기는 했지만 그가 평생을 붙잡은 화두 및 그곳을 향한 의지는 존경할 만하다. 그가 강조한 절제와 베풂은 시대를 초월한 인류의 근본적 가치로 지켜가야 하지 않을까. 특히 지금처럼 못된 자본주의로 오염된 세상을 극복하기 위해서 더욱 필요한 가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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