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쓸쓸할 때,
남들은 모르거든.
내가 쓸쓸할 때,
친구들은 웃거든.
내가 쓸쓸할 때,
엄마는 다정하거든.
내가 쓸쓸할 때,
부처님은 쓸쓸하거든.
쓸쓸할 때 / 가네코 미스즈
부처님은 내 안에 계시니까, 나와 한 몸이니까, 내가 쓸쓸할 때 같이 쓸쓸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남들은, 친구들은, 타인이니까 나를 잘 알지 못한다. 내가 비를 맞으며 걸을 때 엄마는 우산을 내어주겠지만, 부처님은 함께 비를 맞으며 걸어주실 것이다. 기독교 신자라면 그런 예수님을 자신 안에 모시고 있어야 할 거다.
가네코 미스즈(1903~1930)의 시와 함께 있으면 왠지 모르게 쓸쓸해진다. 밤하늘의 별들을 쳐다볼 때와 비슷한 마음이다. 가네코 미스즈의 또 다른 쓸쓸한 시다. 짙어가는 가을과 잘 어울리는.
우리 집 달리아 핀 날에
주막집 검둥이는 죽었습니다.
집 앞에서 노는 우리에게,
언제나, 화를 내던 아주머니가,
흑흑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날, 학교에서 그 일을,
재밌는 듯, 이야기하곤,
문득 쓸쓸해졌습니다.
개 / 가네코 미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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