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행복호 / 윤보영

샌. 2022. 11. 1. 09:57

가을 타세요?

 

그럼 타세요

 

사랑으로 밀어드릴게요

 

- 행복호 / 윤보영

 

 

'타다'에는 여러 뜻이 담겨 있다. 사전에 나온 설명은 이렇다.

 

타다

1. 탈것이나 짐승의 등 따위에 몸을 얹다.

2. 불씨나 높은 열로 불이 붙어 번지거나 불꽃이 일어나다.

3. 몫으로 주는 돈이나 물건 따위를 받다.

4. 다량의 액체에 소량의 액체나 가루 따위를 넣다.

5. 먼지나 때 따위가 쉽게 달라붙는 성질을 가지다.

6. 부끄럼이나 노여움 따위의 감정이나 간지럼 따위의 육체적 느낌을 쉽게 느끼다.

 

'가을을 탄다'라고 할 때의 '타다'는 6번의 의미이고, 시의 제목으로 쓰인 '행복호'는 1번의 의미로 쓰였을 테다. 단어의 중의적 의미를 이용한 재미있는 시다. 가을을 탄다는 것은 계절 변화로 나타나는 우울증을 가리킨다. 기온이 떨어지고 해가 짧아지면서 생리적으로는 세로토닌 분비가 감소하고 감정이 불안정해지는 현상이다. 이럴 때는 자연이 주는 멜랑콜리한 기분을 즐기는 게 제일이다. 회피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맞아들일 필요가 있다. 일 년 중에서 가을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감성이기 때문이다. 적절한 우울은 들뜬 마음의 균형을 잡아주는 보약이다.

 

시인은 가을을 '타는' 것을 행복호에 '타는' 것으로 비유했다. 인생에서 행복은 짧다. 가을이 주는 선물 역시 순간에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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