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나의 장례식 / 임채성

샌. 2022. 11. 22. 10:36

눈물은 보이지 마라

내 앞에선 누구라도

슬픔을 꾸미려는 곡소리도 내지 마라

비로소 삶의 완성판 무아無我에 들었으니

 

추모를 꼭 하려거든

헤비메탈을 울려 다오

회심곡 장송곡이 빈소에 들지 못하도록

이승의 마지막 축제 걸판지게 놀아보자

 

빛깔부터 마뜩찮은

수의는 입지 않을래

리바이스 청바지에 빨간색 폴로셔츠면

물놀이, 꽃놀이 가듯 발걸음도 가볍겠다

 

다비 후 뼛가루는

먼바다에 뿌려 다오

내게 먹힌 광어 숭어 그 넋 다시 돌려 놓듯

그들의 살과 피가 돼 태평양을 누벼보게

 

- 나의 장례식 / 임채성

 

 

초등 동기인 S가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소식이 왔다. 다행히 위험한 고비는 넘겼고 예후를 살핀 후 수술 여부를 결정한단다. 이제 우리는 노(老), 병(病), 사(死)의 단계에 진입했으며 그 과정을 거쳐 가야 한다. 시기의 빠름과 느림이 있을 뿐 누구도 예외가 없다. 오늘 타인의 일이 내일 나의 일이 될 것이다.

 

계절이 계절이라선지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혹자는 말한다. 죽음을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어차피 죽는 건 똑같은데 뭣 하러 미리 죽음을 생각하느냐. 지금 즐겁게 살아가면 되지 않느냐고. 맞는 말이다. 잘 죽기 위해서는 먼저 지금을 잘 살아야 한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잘 살기 위한 - 의미 있게 살기 위한 - 성찰 중 하나다. 잘 살기 위해서는 인간 존재의 유한성을 철저히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인은 죽음을 '삶의 완성' '축제' '물놀이/꽃놀이'로 표현했다. 그래, 이왕이면 시인처럼 호탕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멋지지 않은가. 장자는 아내가 죽자 장구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그런 세계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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