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영화 '더 원더(The Wonder)'를 봤다. 19세기 중반, 대기근 직후의 아일랜드가 무대다. 땅도 사람도 피폐해진 상태에서 시골의 외딴집에 살고 있는 애나라는 소녀가 넉 달 동안이나 음식을 먹지 않고도 생존해 있다는 것이 알려지기 시작한다. 하느님의 기적을 보기 위해 방문객들이 줄을 잇고 지역 사회나 종교계도 호응한다. 간호사 엘리자베스는 현장으로 가서 실상을 조사하는 임무를 받는다.
엘리자베스에 의해 애나가 생존한 비밀이 밝혀지고 가족의 흑역사가 드러난다. 그러나 잘못된 길을 간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애나를 살리기 위한해 엘리자베스의 고군분투 끝에 결국은 탈출을 감행하고 성공한다. 한 소녀를 살리면서 사기극이 마무리된다.
'더 원더'는 종교색이 짙은 영화다. 기독교의 죄와 구원의 교리에 빠진 한 가족의 그릇된 신앙이 어떻게 생명을 시들게 하는지 보여준다. 그러면서 동병상련의 아픔을 가진 엘리자베스에 의해 애나가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나는 과정이 흥미롭다. 불과 죽음이라는 정화 의식을 동반하면서 한 인간을 각성시키는 휴머니즘 영화라고 할 수도 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멘트는 '인(In)'과 '아웃(Out)'이었다.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이 두 마디는 울림이 컸다. 우리는 새장 속의 새처럼 우리를 구속하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간다. 그것은 종교일 수도 있고, 사회적 규범이나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 거기에 길들여지면 울타리 안이 편안하면서, 울타리가 나를 가두는 감옥인 줄도 모른 채 살아간다. 올바르게 산다는 것은 안주하는 대신 무수한 껍질 깨기를 통해 '아웃'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독교의 구원과 부활이 교리 속에만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를 부정하고 죽여야 하는 건 고통을 수반하지만, 그것만이 인생의 유일한 의미가 아닌가 싶다. 엘리자베스를 만나지 못한 애나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