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떠오르는 일본의 사상가 사사키 아타루가 쓴 책이다. 부제가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으로 책 읽기의 혁명성을 고찰하는 내용이다. 현재 일본 사상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는 단연 사사키 아타루라고 한다. 그는 1973년생으로 문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은 서가에서 강렬한 제목에 끌려 꺼내 보았다. 제목은 어느 서양 시인의 시에서 따온 문구라고 한다. 책 내용과 상응하는 좋은 제목인 것 같다. 책은 전체적으로 니체 톤의 목소리가 울린다. 우리 시대를 두고 문학이나 예술이 끝났다고 쉽게 말하지만 지은이는 강하게 반박한다. 문학은 반정보며 변혁이다. 지은이가 정의하는 문학은 범위가 상당히 넓다. 어쨌든 문학이 살아남아야 혁명이 살아남고 인류가 살아남는다. 우리는 혁명으로 왔고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은이가 인류 역사에 등장한 혁명 중에서 루터혁명, 무함마드혁명, 중세 해석자 혁명을 중점적으로 설명한다. 루터가 세상에 끼친 영향은 지대해서 지은이는 종교개혁이 아닌 대혁명이라 부른다. 루터는 예술, 문학, 정치, 법, 종교에 혁명을 일으키고 근대의 발화점이 되었다. 이것은 루터가 성서를 읽었기 때문이다. 혁명의 본질은 텍스트와의 제대로 된 만남이다. 지은이는 '읽었다'보다 '읽어버렸다'라는 표현을 쓴다. 읽어버림으로써 개인에 회태된 씨앗은 혁명으로 꽃이 핀다.
중세 해석자 혁명의 중요성은 이번에 새로이 알게 되었다. 12세기에 일어난 중세 해석자 혁명은 중세혁명 또는 교황혁명으로도 불리는데 로마법을 원용해서 교회법을 집대성한 혁명이다. 이 혁명으로 훗날 등장한 근대국가의 기초가 놓여졌다. 또한 자본주의 원형이 생겼고 정보혁명이 가능하게 되었다. 국가나 법, 주권, 정치 체제에 관한 기본 얼개가 초기 설정된 혁명이라는 것이다. 전에는 인식하지 못하던 내용이다.
현대를 정보의 시대라 한다. 인터넷에 넘쳐나는 정보들과 자칭 전문가들은 지식의 나쁜 측면을 보여준다. 지은이는 비평가와 전문가를 '정보에 토실토실 살이 찌고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비평가/평론가, 초라하게 자기 진영에 틀어박혀 비쩍 말라가는 전문가'라고 힐난한다. 반면에 책을 읽는다는 것은 숨은 세상의 본질에 접근하는 길이다. 책 읽기는 거룩하면서 엄중하다. 지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책을 제대로 읽는다는 것은 읽고 있는 자신과 세계가 동시에 믿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은 지은이를 따라 시공을 오가면서 지적 열락을 맛볼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을 '읽어버린' 위인에 의해서 세상은 껍질을 벗고 앞으로 나아간다. 지구상에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고 나서 20만 년이 지났다. 평균적으로 한 종이 지구상에 생존하는 기간이 400만 년이라고 할 때 앞으로 380만 년이나 남은 인류의 미래에 대해 지은이는 낙관한다. 그동안에 문학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혁명은 수도 없이 일어날 것이다.
책 뒷부분에서 지은이는 인생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니체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람은 고뇌하며 말한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자신의 인생에 의미가 있는지조차 모른다, 고 말이지요. 그러나 그것은 자신이 뭔가의 원인이고 행위의 주체라고 생각하는 사고의 오류에서 오는 거짓 문제에 지나지 않습니다. 당신은 뭔가를 하고 그것이 의미를 이루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행해지는 것'이다. "당신은 행해진! 어떤 때라도!"라고 노래하듯이 그는 말합니다. 즉 우리는 우주의 거대한 생성의 '일부'이고 그 '의미'인 것입니다. 이 방대한 우주의 생성 안에서 이리하여 우리가 말을 얻을 수 있고, 그리고 그것을 자아내가는 것은 절대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의미를 이루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 자체가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