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갈 때마다 이 책이 있는지 확인해 보지만 항상 대출 중이었다. 심지어는 예약까지 여러 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다. 김호연 작가가 쓴 <불편한 편의점>은 올해의 가장 핫한 소설이다. 인기에 힘입어 얼마 전에 2권까지 나오고, 1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는 보도도 보았다. 마침 지인이 책을 빌려줘서 읽어보게 되었다.
소설은 사람이 살아가는 온기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울컥해지는 장면이 곳곳에 대기하고 있다. 삭막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따스한 위안을 주면서 현실에서는 체험하기 힘든 경험을 소설에서 하게 된다. 이 소설이 왜 인기가 있는지 알겠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소설적으로는 구성이나 내용에서 뛰어나 보이지는 않는다.
'올웨이즈'라는 편의점을 중심으로 여러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각각의 애틋한 사연들이 펼쳐진다. 중심 인물은 서울역 노숙자에서 편의점 점주인 염여사와 인연이 닿게 되어 알바로 일하게 된 독고다. 독고를 중심으로 염여사, 시현, 오선숙, 경만, 인경, 민식, 곽씨 등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다들 우리의 사랑스런 이웃들의 모습이다. 우직하지만 배려심 깊은 독고는 힘든 사람을 위로하고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도와준다. 독고는 충격적인 과거로 기억을 상실했지만 차차 자신의 모습을 찾아간다.
소설은 아픔의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의 이야기여서 공감을 얻는 것 같다. 동시에 삶에서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사람한테서 절망하지만 또한 사람한테서 희망을 발견하고 위안을 받는다. 한 사람의 온기는 난롯불처럼 주위로 퍼져간다. 냉혹한 세상살이지만 이런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여전히 살 만한 곳이 아니겠는가.
소설 끝에 나오는 독고의 깨달음이 이 책의 주제가 아닌가 싶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다시 생을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독고는 이렇게 다짐한다.
"부끄럽지만 살기로 했다. 죄스러움을 지니고 있기로 했다. 도울 것을 돕고 나눌 것을 나누고 내 몫의 욕심을 가지지 않겠다. 나만 살리려던 기술로 남을 살리기 위해 애쓸 것이다. 사죄하기 위해 가족을 찾을 것이다. 만나길 원하지 않는다면 사죄의 마음을 다지며 돌아설 것이다. 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니고 계속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겨우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