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군자와 소인

샌. 2010. 9. 6. 15:49

군자(君子)란 유가(儒家)의 이상적인 인간형이다. 원래는 제후와 같은 정치 지도자를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공자에 의해 타인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사람으로 의미가 확장되었다고 한다. 반면에 소인(小人)은 글자 그대로 작은 사람이다. 자신의 몸, 이익, 소유에만 관심이 쏠려 다른 고차원의 영역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다. 특별히 나쁜 사람이 아니라 그냥 우리들 같은 현실적인 이기적 인간이 소인이다. 유학(儒學)의 본질은 스스로를 갈고 닦아서 군자의 영역으로 나아가는 데에 있다.


<논어>에는 군자와 소인을 대비시키며 둘의 차이를 드러내는 구절이 여럿 있다. 신정근 선생이 풀이한 <공자씨의 유쾌한 논어>라는 책에서 그런 구절들을 찾아보았다. 이 책은 군자를 ‘자율적 인간’으로 옮긴 점이 특이했다. 우리는 지금 소인배들이 득실거리는 세상에 살고 있다. 정치 지도자라는 인간들도 마치 소인배 경쟁을 하는 것 같다. 내 마음 속 풍경도 사실 다를 바 없다. 날은 어두워지는데 길은 멀다.



子曰 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

공 선생님이 들려주었다. “자율적 인간은 보편적 입장에 서지 당파성을 지니지 않는다. 작은 사람들은 당파성을 지니지 보편의 관점에 서지 않는다.”


子曰 君子懷德 小人懷土 君子懷刑 小人懷惠

공 선생님이 한마디 했다. “자율적 인간이라면 자기 고양(나눔)에 골몰하지만, 작은 사람들은 제 살 곳에 골몰한다. 군자는 솔선수범에 관심을 두지만, 작은 사람들은 개인적 행운에 관심을 둔다.”


子曰 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

공 선생님이 한마디 했다. “자율적 인간은 정의(본분)에 투철하고 작은 사람들은 혼자만의 이익에 투철하다.”


子曰 君子坦蕩蕩 小人長戚戚

공 선생님이 이야기했다. “자율적 인간은 넓고 거침이 없어 늘 여유가 있고, 작은 사람들은 뭘 그리 걱정거리가 많은지 늘 우거지상이다.”


子曰 君子成人之美 不成人之惡 小人反是

공 선생님이 이야기했다. “자율적 인간은 주위 사람들의 아름다운(뛰어난) 점을 키워서 이루게 해주고, 나쁜 점을 부추기지 않는다[없애도록 돕는다]. 작은 사람들은 틀림없이 이와 반대로 하지.”


子曰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공 선생님이 일러주었다. “자율적 인간은 조화를 꾀하지만 이익을 향해 쏠려 다니지 않는다. 작은 사람들은 이익을 향해 쏠려 다니지만 조화를 꾀하지 않는다.”


子曰 君子易事而難說也 說之不以道 不說也 及其使人也 器之 小人難事而易 說也 說之雖不以道 設也 及其使人也 求備焉

공 선생님이 한 마디 했다. “자율적 사람과 함께 있으면 일하기는 쉬워도 설득하기가 무지 어렵다. 올바른 길이 아니라면 제아무리 설득을 해도 결코 설득되지 않는다. 그런 인물이 직원을 부릴 때 그릇을 헤아린다. 작은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일하기는 어려워도 납득시키기는 쉽다. 비록 올바른 길이 아니라도 설득을 잘 하면 납득한다. 그런 인물이 직원을 부릴 때 이런저런 책임을 다 따진다.”


子曰 君子泰而不驕 小人驕而不泰

공 선생님이 한마디 했다. “자율적 인간은 여유가 있고 주위 사람에게 교만하지 않고, 작은 사람들은 주위 사람에게 교만하게 굴고 여유가 없다.”


子曰 君子而不仁者有矣夫 未有小人而仁者也

공 선생님이 한마디 했다. “자율적 인간이면서 평화(사랑)에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작은 사람이면서 평화(사랑)에 어울리는 경우는 없다.”


子曰 君子上達 小人下達

공 선생님이 일러주었다. “자율적 인간은 위로 가는 길에 훤하고, 작은 사람은 아래로 가는 길에 훤하다.”


明日遂行 在陳絶糧 從者病 莫能興 子路慍見曰 君子亦有窮乎 子曰 君子固窮 小人窮斯濫矣

진나라에서 양식이 다 떨어졌다. 수행하던 제자들이 허기지거나 아파서 일어설 수조차 없었다. 자로가 성난 목소리로 공 선생님을 쳐다보며 한마디 했다. “자율적 인간도 어려울 때가 있습니까?” 공 선생님이 꾸짖었다. “자율적 인간은 궁지를 굳건하게 버티지만, 작은 사람들은 궁지에 몰리면 차마 하지 못하는 일이 없어진다.”


子曰 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

공 선생님이 일러주었다. “자율적 인간은 모든 것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지만, 작은 사람들은 모든 것을 주위 사람에게서 찾는다.”


子曰 君子不可小知而可大受也 小人不可大受而可小知也

공 선생님이 한마디 했다. “자율적 인간은 특정 분야의 전문인이 될 수 없지만 큰 임무를 맡을 만하다. 반면에 작은 사람들은 큰일을 맡을 수 없지만 특정 분야의 전문인이 될 수 있다.”


孔子曰 君子有三畏 畏天命 畏大人 畏聖人之言 小人不知天命而不畏也 狎大人 侮聖人之言

공 선생님이 일러주었다. “지도자는 세 가지 대상을 두려워해야 한다. 첫째, 하늘의 명령을 두려워한다. 둘째, 높은 지위의 사람을 두려워한다. 셋째, 성스러운 사람의 말씀을 두려워한다. 작은 사람들은 하늘의 명령이 무엇인지 모르므로 두려워할 줄 모르고, 높은 지위의 사람을 깔보고, 성스러운 사람들의 말씀을 가볍게 취급한다.”


子路曰 君子尙勇乎 子曰 君子義以爲上 君子有勇而無義爲亂 小人有勇而無義爲盜

자로가 물었다. “자율적 인간은 용맹(용기)을 숭상합니까?” 공 선생님이 대꾸했다. “군자는 옳음(정의)을 최상으로 간주한다. 군자는 용맹만 갖고 옳음을 갖지 못하면 혼란을 조성하게 된다. 작은 사람이 용맹만 갖고 옳음을 갖지 못하면 도둑처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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