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마르코복음[74]

샌. 2023. 3. 17. 10:47

그들은 예수를 대제관에게 끌고 갔는데, 모든 대제관과 원로와 율사들이 모여 왔다. 베드로는 멀찍이서 뒤따라와 대제관 저택 안뜰에까지 들어가서 하인들과 함께 앉아 불을 쬐고 있었다. 대제관들과 온 의회가 예수를 죽이려고 그분께 불리한 증언을 찾았으나 찾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불리한 거짓 증언을 했지만, 증언들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몇 사람이 일어나 불리한 증언을 했다.

"우리가 들었는데, 이자가 '손으로 지은 성전을 헐어버리고 손으로 짓지 않는 다른 성전을 사흘 만에 세우겠다'고 말합디다."

그러나 그들의 증언 역시 일치하지는 않았다. 대제관이 한가운데 일어나 물었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소? 이 사람들이 얼마나 불리한 증언을 하고 있소?"

그러나 예수께서는 잠자코 계시며 아무 대답도 하시지 않았다. 다시 대제관이 "당신이 찬양받으실 분의 아들 그리스도요?"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그입니다. 당신들은 인자가 전능하신 분 오른편에 앉아 있고 또 하늘의 구름에 싸여 오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자 대제관이 속옷을 찢으며 말했다.

"이제 우리에게 증인이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여러분은 이 신성모독을 들었습니다. 어떻게들 생각합니까?"

모두들 그분이 죽을 죄를 지었다고 단죄했다. 더러는 침을 뱉고, 얼굴을 가리고는 때리며 "알아맞추어 봐라" 하였다. 하인들도 손찌검을 했다.

 

- 마르코 14,53-65

 

 

체포된 예수는 최고의회에서 종교 재판을 받는다. 최고의회(산헤드린)는 유대 사회의 최고 법원이자 자치 기구의 역할을 하는 기구였다. 대제관이 의장이고 70명의 종교 지도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반란이나 정치범은 로마 총독의 관할이었지만, 종교와 관련된 범죄는 최고의회에서 재판했다.

 

예수의 율법 위반에 대한 혐의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그들이 예수를 미워하고 두려워한 것은 기득권층에게 위협이 되었기 때문이다. 군중이 예수를 따르는 걸 방관할 수 없었다. 어떤 구실을 만들든 제거할 필요가 있었다. 재판은 이미 사형을 결정해 놓고 핑곗거리를 찾는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 결국 신성모독 혐의로 예수에게는 사형이 내려졌다.

 

어쩐 일인지 최고의회는 예수를 총독 빌라도에게 넘긴다. 사형을 확정하는 권한이 총독에게 있었는지 모른다. 아니면 정치범의 혐의를 씌워 사형시키려는 의도가 있었을 수 있다. 어쨌든 재판은 엉성한 각본에 따라 급박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오직 예수를 죽이기 위해서 거짓 증언과 다수의 조작이 있었을 것이다. 예수는 자신을 변호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신성모독의 결정적 증거라 할 내용마저 수긍한다. 이미 엎어진 물이란 걸 알고 있었을까. 혼란스러운 밤은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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