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마르코복음[75]

샌. 2023. 3. 26. 10:35

베드로가 안뜰 아래쪽에 있는데 대제관의 하녀 하나가 오더니 베드로가 불 쬐고 있는 것을 보고 유심히 살피며 "당신도 나자렛 사람 예수와 함께 있었지요" 하였다. 그는 부인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고 못 알아듣겠소."

그리고 바깥 뜰로 나가는데, 그때 닭이 울었다. 하녀가 그를 보고는 곁에 있는 이들에게 "저 사람은 그들과 한패입니다" 하고 다시 말하자 베드로는 다시 부인했다. 잠시 뒤, 곁에 있던 이들이 또 베드로를 보고 "정말 한패로구려. 당신도 갈릴래아 사람이니까요" 하였다. 그러자 베드로는 저주하고 맹세하면서 "나는 당신들이 말하는 그 사람을 모르오" 하였다. 바로 그때 닭이 두 번째 울었다. 베드로는 예수께서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그대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입니다" 하신 말씀이 떠올라서 달려나가며 울었다.

 

- 마르코 14,66-72

 

 

대제사장 관저 뜰에서 새벽에 일어난 풍경이다. 예수가 잡혔을 때 제자들은 두려워서 모두 도망갔지만 그들 마음인들 오죽했으랴 싶다. 그들 중 하나가 스승을 팔아넘겼고 예수와 함께 한 마지막 밤 시간조차 같이 기도하고 아파하지 못했다. 예수는 끝까지 고독했다. 그런데도 스승은 제자들을 비난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앞일을 걱정만 했다. 제자들은 공포와 슬픔, 자책 등으로 괴로웠을 것이다.

 

그래도 스승이 염려되어 베드로는 몰래 대제사장 관저에 숨어 들었다. 예수가 모욕을 당하고 매를 맞는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얼마나 참담했을 것인가. 하녀가 베드로를 알아보고 예수와 한패라고 하자 베드로는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했다. 다른 사람들한테도 마찬가지였다. 세 번이나 부인했을 때 닭이 울었고 베드로는 달려나가면서 울었다. 자책과 자괴감으로 그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으리라. 또한 얼마나 서러웠을 것인가. 나약한 인간이기에 스승을 모른다고 했지만 예수를 향한 그의 안타까움과 신뢰가 바뀌지 않았음을 베드로의 눈물이 보여준다.

 

성경에서 이 부분을 읽을 때면 항상 울컥해지는 장면이다. 나중에 바울이 만든 교리와 선교에 의해 기독교가 성립되었지만 바탕에는 이 베드로의 눈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몸은 도망갔을지라도 제자들은 스승이 준 사람과 감화에서는 도망갈 수 없었다. 그래서 부활이라는 기적이 일어나고 제자들은 전혀 딴 사람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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