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올해 마지막 당구

샌. 2023. 12. 29. 11:25

올해만큼 당구에 집중해 본 때가 없었다. 그동안은 심심풀이로 치는 당구였다. 그런데 올봄에 불현듯 당구 실력이 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책을 사서 읽고 유튜브 당구 강좌를 보며 공부했다. 당구 모임에도 열심히 참가하고, 사람들을 만나면 당구를 치자고 졸랐다. 당구 치는 횟수가 몇 배로 늘어났다. 노력하면 일취월장할 것 같았다.

 

가을이 되면서 벽에 부딪쳤다. 예상한 만큼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이었다. 어느 공놀이든 자신 있다고 여겼는데 당구는 아니었다. 당구가 얼마나 섬세하고 어려운지를 실감한 거다. 소질이 없는지, 아니면 나이 탓인지 진척이 없으니 스트레스만 받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겨울에 들면서 당구 공부를 포기했다. 못 치더라도 즐기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어제는 올해의 마지막 당구 모임에 참석했다. 마음을 비우니 잘 되는 건지 두 차례 1등을 했다. 당구가 많이 늘었다는 칭찬도 들었다. 본때를 보여줘야겠다고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갈 때는 헛발질이더니, 될 대로 되라고 포기하니 잘 맞는 것이었다. 묘한 일이다.

 

 

당구장이 '노인들의 사랑방'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맞는 말이다. 옛날 농촌의 사랑방 역할을 당구장이 하는 것 같다. 노인이 되면 즐길 수 있는 운동이 제한된다. 전에 골프나 테니스, 스키를 즐기던 친구들이 지금은 주로 당구를 친다. 낮의 당구장은 노인들이 점령하고 있다.

 

당구 모임의 장소가 양재에서 잠실로 바뀌었다. 이곳은 관리가 깔끔하지 못해지만 대신 저렴하다. 셋이서 네 시간을 놀았는데 일인당 1만 원이면 된다. 이왕이면 주머니 부담이 적으면 좋지. 당구 공부는 포기했지만 더 오래까지 내가 사랑하는 운동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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