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내내 흐린 하늘이다. 올해의 새해 첫날 일출도 영 시원찮았던 모양이다. 이왕이면 멋진 해돋이와 함께 한 해를 시작하면 좋으련만, 겨울 하늘은 심술을 부리는 듯 잔뜩 찌푸려 있다. 나라 안팎 사정도 이런 날씨를 닮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 이미 정치,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짙은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는 게 보인다. 2024년은 여느 연초와 달리 기대보다는 걱정과 우려로 시작하는 해다.
운동화를 챙겨 신고 경안천에 나갔다. 겨울이 되면 아무래도 몸을 덜 움직이니 운동 부족이 되기 십상이다. 걷기 위해 밖에 나가는 것이 몇 주 만인지 모르겠다. 다행히 날씨는 누긋하다. 구름이 감싸주는 탓인지 요사이는 밤에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짙은 구름 사이로 잠깐 해가 보이는 순간이 있었다.
경안천에는 사시사철 왜가리, 백로, 오리류, 가마우지를 볼 수 있다. 이맘때 왜가리는 후줄근해서 안쓰럽다. 추운 겨울을 나기에 버거운가 보다. 얘들은 여름철새라 겨울이면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야 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텃새가 되어 힘든 겨울을 버티고 있다. 겨울에 하천이 얼면 왜가리는 먹을 게 없다. 며칠을 굶기도 할 것이다. 겨울 왜가리의 행색이 초라할 수밖에 없다. 겨울은 왜가리에게 고난의 계절이다.
경안천과 중대천을 따라 도는 데 세 시간 정도 걸렸다. 오랜만에 걸었더니 다리가 뻐근하지만 기분 좋게 노곤하다. 마음 한 켠에 드리운 구름도 살짝 벗겨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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