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연못’은 1950년 7월의 미군에 의한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을 재현한 가슴 아픈 영화다.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주민들은 미군의 소개령으로 피난길에 나서는데 민간인으로 위장한 적군이 침투해 있다는 잘못된 첩보로 폭격 명령이 내려진다. 살아남은 주민과 피난민들은 쌍굴로 피신하는데 다시 미군들로부터 집중사격을 받는다. 현장은 아비규환으로 변하고 심지어는 아이 울음소리를 숨기기 위해 아이를 질식사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피신했던 300여 명 중 살아남은 사람은 불과 25명뿐이었다.
이 사건은 1999년에 AP 통신 기자들에 의해 최초로 보도된 후 2005년에야 우리 정부도 그 실체를 인정했다. 영화는 크게 자극적인 장면이나 극적 요소 없이 사건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오히려 그런 점이 더욱 사건의 진실성을 드러나게 한다. 그렇다고 무자비한 폭력에 대한 분노와 슬픔이 덜한 것은 아니다. 무심하듯 전개되는 장면들이 전쟁의 냉혹함을 사실적으로 고발한다.
이 영화는 역사 기록으로서 의미가 있다. 순박하고 평화롭게 살던 농촌 주민들을 포함한 피난민들이 아무 영문도 모른 채 200명 이상 학살되었다. 미군의 잘못된 정보 판단과 전쟁의 잔인함이 참극을 빚은 것이다. 현장의 미군 지휘관은 비저항의 민간인이라고 보고를 했지만 상부로부터는 무조건 사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온다. 우리가 60년 전에 일어난 이 사건을 망각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이런 참극이 다시는 생기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무슨 명분이든지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특히 우리는 최근에 전쟁 불사의 살벌한 분위기도 경험했다. 얼마 전에 6.25가 지나갔지만 금년은 유독 전쟁 드라마나 영화가 많이 방영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도 이 작은 영화 ‘작은 연못’이 주는 교훈은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 노근리 학살 사건에 대한 책임이나 보상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미국정부의 사과가 있었다는 얘기도 못 들었다. 그때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앞으로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도 분명히 해결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어제 시네코드 선재에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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