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다. 집에서 놀다보니 심심해서 별로 기대하지 않고 본 영화인데 의외로 괜찮았다. 헐리우드의 내용 없는 블록버스터류와는 차원이 다르다. 문명과 자연의 대립 구도로 짜여졌지만 은근히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강하다. 영화를 보면서 과거에 백인이 아메리칸 인디언을 정복한 역사가 오버랩 되었다. 행성 판도라에 사는 나비족은 사고나 생활 방식이 인디언을 많이 닮았다.
행성 판도라의 묘사가 아주 흥미롭다. 처음 보는 식물과 동물의 모습이 외계 생명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행성에는 인간을 닮은 원시 부족들이 사는데 나비족도 그중 하나다. 행성에서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가 큰 나무들이다. 지구의 나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나비족의 근거지는 판도라에서 가장 큰 나무다. 나무들은 뿌리가 서로 연결되어 행성 전체가 거대한 생명의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나비족은 나무나 다른 생명체들과 영혼의 교류를 한다. 그중에는 영혼의 나무도 있어 나비족에게는 성지와 같다. 인간이 침략하기 전의 판도라는 모든 존재들이 서로 교감하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낙원이었다.
보도를 보니 미국의 보수층에서 이 영화를 비난한다고 한다. 어떤 면에서는 람보식의 애국주의와 반대가 되니 그들 눈에는 걸림돌로 보이는 것 같다. 확실히 이 영화에는 인간의 탐욕과 환경 파괴, 호전성에 대한 경고가 있다. 미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동시에 지금 시대를 말하고 있다. 희귀 자원을 손에 넣기 위해 나비족을 학살하는 장면에서는 누구나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마운 영화다.
영화에는 몇몇 개성 있는 인물이 나오는데 그중에 헬기 조종사인 트루디가 있다. 그녀는 나비족을 학살하라는명령을 단호히 거부하고 생명의 편에 선다. 그녀의 이 대사가 멋있게 들렸다. "이럴려고 여기 지원한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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