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모임을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 반주로 소주 한 병을 겸한다. 뭐니뭐니 해도 술은 낮술이 최고다. 낮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직장인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낮술에는 은퇴자라는 우리만의 특권이 있다. 주량이 많이 줄어 지금은 소주 반 병에서 한 병 사이가 적당하다. 반 병은 아쉽고 한 병이 넘으면 과해진다. 음주 실수가 잦은 편이라 절대 한 병은 넘지 않으려 한다. 낮술은 과음할 여지가 적어서 좋다. 식당에서는 마냥 죽치고 앉아 있을 수 없다. 밖에 나서면 환한 대낮인데다 술집은 아직 문을 열기 전이다. 동료와 헤어지고 탄천으로 산책을 나갔다. 알딸딸한 걸음은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 부드러웠다. 장마 그친 뒤 내리쬐는 염천의 땡볕도 상관 없었다. 여름 한낮의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