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11

우리는 무엇으로 깊이를 얻을 것인가

얼마전 KBS TV '아침마당'에 소설가 이철환 님이 출연하여 '우리는 무엇으로 깊이를 얻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님의 모습이나 말에서는 고통의 시간을 견뎌낸 뒤의 맑고 깊은 향기가 느껴졌다. 연약한 나무 뿌리가 어두운 땅속으로 깊고 넓게 뻗어갈 때 땅 위의 나무는 키가 크고 무성해진다. 무성한 잎사귀와 열매를 위해서는 어둠과 아픔의 시간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님은 본인이 직접 그린 그림을 보여주며 깊이를 얻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했다. 감명을 받았던 강연 내용을 요약한다. 첫째, 때로는 나의 기준을 버린다. 용기 있는 사람이란 자기 견해를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다. 자기 생각과 기준에 매여 있는 사람은 마치 끈으로 묶여 있는 강아지와 같다. 좁은 말뚝 주위가 강아지의 세계다. 고정관념이란..

참살이의꿈 2012.10.08

법륜스님의 희망세상 만들기

바로 이웃 동네인 성남에서 법륜(法輪) 스님의 '희망세상 만들기' 강연회가 열려서 아내와 함께 참가했다. 오전에 열린 강연이었는데 백수인 게 이래서 좋다. 법륜 스님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국을 돌며 강연을 이어오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스님의 강연을 듣기는 했지만 직접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즉문즉설(卽問卽說) 형식으로 청중이 질문하면 스님이 즉석에서 대답한다. 그 대답이 간단하면서도 명쾌하고 정곡을 찌른다. 이번에도 넓은 강당의 좌석뿐만 아니라 통로와단상에까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 시대의 사람들이 위로와 희망과 격려의 목소리를 갈망하고 있음을 느꼈다.그만큼 우리 사회가 불안사회임을 입증하고 있다. 누군가 자신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애환을 나누기를 바란다. 그 역할을 스님이 맡고 있는 셈이..

길위의단상 2012.03.15

그냥 살면 됩니다

법륜 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 100회 연속 강연이 오늘 저녁 강동구민회관을 끝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10월 17일부터 전국을 돌며 거의 매일 두 개씩의 강연이 이어진 강행군이었다. 스님의 말씀을 직접 듣고 싶었는데 결국은 함께 하질 못했다.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들은 것에 만족한다. 스님은 사람들의 고민 해결사면서 뛰어난 카운슬러다. 강연 뒤에 사람들의 고민에 대해 답을 해주는 '즉문즉설(卽問卽說)'이 재미있다. 명쾌하면서 핵심을 찌르는 대답이 날카로운 송곳처럼 심금에 파고든다. 마음의 괴로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불교적 관점에서 설명해 주신다. 어느 강연에서 열정적으로 살고 싶다는 한 사람이 이런 질문을 했다. 질문:오빠는 제가 14살 되던 때에 자살을 했습니다. 그 후 부모님이 그래..

참살이의꿈 2011.12.06

민주화 20년의 경험에서 무엇을 생각하게 되었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프레시안이 공동 주관한 ‘민주화 20년, 한국사회 어디로 가나?’라는 강연회가 시작되었다. 첫 회는 정치 분야로 어제 역사박물관에서 ‘민주화 20년의 경험에서 무엇을 생각하게 되었나?’라는 주제로 열렸다. 주제발표는 고대 최장집 교수, 토론자는 한림대 최태욱 교수, 경향신문 이대근 편집부국장이었고, 정관용 시사평론가가 사회를 보았다. 평소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강연과 토론을 들으면서 더욱 참담한 기분에 빠졌다. 6.10 항쟁 이후로 20년이 지났고, 소위 민주정부가 들어선 지도 10년이 되었건만 실질적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고, 개혁에 대한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으니 어찌 보면 배반당한 혁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를 외쳤던 그들은 이제 기득권 세력이 되어 민중을 외..

사진속일상 2007.06.28

우리 현실과 희망의 대안

교양강좌의 마지막 시간은 고려대 강수돌 선생님의 ‘우리 현실과 희망의 대안’이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들었다. 강 선생님은 시골 마을에서 생태적 삶을 몸으로 실천하고 계시는 분이다.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돈의 학문 대신 삶의 학문을, 죽은 이론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실천을 추구하시는 분이다. 그래선지 강의 내용이 살아서 감명 깊게 전달되었다. 특히 그분의 온화한 말투, 평화스런 얼굴은 그분의 실제 삶이 어떠한지를 다른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생생하게 전해졌다. 강의 내용을정리해 보았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본주의 체제란 어떤 것이며, 그 체제 하에서의 인간의 위치를 가정과 학교, 직장으로 나누어서 진단해 본다. 자본주의란 쉽게 말해 돈 놓고 돈 따먹는 경쟁의 체제다. ..

참살이의꿈 2006.10.27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기 때문이죠

교양강좌 세 번째 시간은 한비야 님과 만났다. 그녀의 인기를 반영하듯 강당은 간의의자까지 들여놓아야 할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다. 특히 젊은 여자들이 많이 찾았는데 아마 그녀의 자유로운 삶에 대한 동경이 모든 여자들의 가슴속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녀를 직접 만나보니 역시 당차고 똘똘한, 그리고 에너지가 넘치는 매력 있는 여성이었다. 세 가지 주제를 얘기했는데, 그 중에서 ‘가슴 뛰는 일을 하며 살자’라는 얘기가 제일 인상적이었다. 여행가에서 월드비전에서의 긴급구호활동으로 전환하게 된 결정적 계기를 그녀는 이렇게 설명했다. 긴급구호활동이 어떤 일을 하는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팀을 따라 케냐의 난민캠프에 갔다고 한다. 불결한 환경으로 안질 환자가 많기 때문에 그곳에도 이동 안과병원이 있었는데, 의사는..

길위의단상 2006.10.11

분단시대의 올바른 인식

교양강좌 두 번째는 강정구 교수님을 초대하여 얘기를 들었다. 강 교수님은 지난해에 맥아더 동상 철거 논란이 한창일 때 ‘6.25는 통일전쟁’이라고 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고, 대학 측에서는 직위해제 시켜 지금은 강의를 할 수 없는 처지다. 그 사건의 과정은 우리 사회 및 국민의식을 보여준 대표적인 것이었다. 토론과 논의를 통해 충분히 의견 수렴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반공의 성역은 역시 신성불가침임을 증명해 보였다. 진실을 찾는 학문의 영역에서조차 우리 사회는 아직 두터운 터부의 장막을 쳐놓고 있다. 주장의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한 인간의 사상의 자유를, 그리고 학문을 통한 논쟁조차 금기시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진실은 서로 다른 견해가 충돌할 때 드러나는 법이기..

길위의단상 2006.09.28

이 시대를 사는 고민

전교조에서 주최하는 교양강좌를 신청했다. 지난주에 홍세화 님을 초대한 첫 번째 강좌가 있었다. ‘한국 사회의 진보와 자아실현’이라는 제목으로 세 시간 가까이 진행된 강좌는 무척 유익하고 의미 있었다. 한국 사회의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 극복 방안을 함께 고민해 보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메모한 내용을 중심으로 강의 내용을 요약해 보았다. ‘우리 사회는 20 대 80의 사회라 불린다. 상위 20%가 부의 80%를 독점하고 있는 양극화 사회다. 양극화의 정도는 미국, 멕시코와 함께 OECD 국가 중에서도 심각한 편에 속한다. 문제는 소외된 80%에 속하는 사람들의 의식이다. 지배집단은 교육과정과 대중매체를 이용하여 사회 구성원들에게 노예적 의식을 주입시켰다. 일제시대에는 황국신민화가, 해방 후에는 반공안보..

길위의단상 2006.09.19

희망의 언어 - 碩果不食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님이 정년퇴임을 앞두고 마지막 공개 강의를 했습니다. 그 강의 주제가 '희망의 언어 - 석과불식(碩果不食)'이었습니다. 직접 가 보지는 못했고 저는 인터넷으로 중계된 강의를 들었습니다. 석과불식은 주역에 나오는 말이라고 합니다. 주역 64 괘 중제일 절망적인 괘가 박괘(剝卦)인데 그 박괘를 설명하는 말이 석과불식인가 봅니다. 해석하면 '씨과실은 먹지 않는다' 또는 '씨과실은 먹히지 않는다'라는 뜻이랍니다. 현재의 우리 상황이 박괘에 비유될 정도로 어려운 것으로 선생님은 보는 듯 합니다. 막무가내로 진행되는 세계화의 물결,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 의해 재편되는 새로운 세계 질서가 우리의 삶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희망을버리면 안되는데, 그 상징적인 구절이 바로 석과불식입니다. 그 ..

참살이의꿈 2006.06.09

대화

지난 15일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리영희 선생님의 신간인 ‘대화’ 출판을 기념한 독자와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가까이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싶어 참석했었는데, 100여 명이 모여서 몸이 불편한 선생님에게 존경의 마음을 나타내었다. 넓은 홀의 자리는 많이 비었지만 대중성 없는 이런 모임에 그래도 이만한 인원이 참석했다는 결코 실망할 일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선생님과 무슨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젊은 시절에 선생님의 글을 읽고 감명을 받은 바도 없지만, 독재에 저항한 올곧은 한 길의 삶이 멀리서 늘 외경의 마음을 품고 있었다. 현실에 야합하고 변절하는 사람이 원로 행세를 하며 큰소리치는 지금의 세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5년 전에 선생님은 뇌출혈로 쓰러지셨는데 지금은 많이 회복되시어 예의 꼬장꼬..

길위의단상 2005.04.20

오래된 미래

어제 서강대에서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s)의 저자인 호지 여사의 강연이 있었다. 500석의 좌석이 다 차고 일부는 서서 강연을들을 정도의 성황이었다. 그러나 내용은좀 아쉬웠다. 그분의 생생한 삶의 체험을 듣고 싶었는데,현대 문명의 부작용과 대처 방안에 대한 개론적인 설명만 있었다. 아마도 유명세에 따른 기대 탓인지도 모르겠다. `오래된 미래`가 우리나라에서만 30만 부가 팔렸다고 한다. 그리고 청중들의 열성도 대단했다. 약 3/4 정도는 여성이었다. 어린 아이를 안고 온 아주머니도 있었고여학생들도 있었다. 그들의 진지한 표정이 도리어 감동적이었다. 역사를 주도한 것이 지금까지는 가부장적 문화의 남성 중심이었지만 그 부정적 측면이 현대에 들어와서파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역사의 ..

길위의단상 2003.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