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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탕 한 그릇

염제(炎帝)의 위력이 대단하다. 매일 에어컨 신세를 지는 게 어느덧 두 주째다. 무더위 속에서 무리할 일은 없지만 활동량이 적으니 몸의 기력이 떨어지는 게 확연하다. 에너지 보충을 위해 아내와 보신탕 집을 찾았다. 근년에는 보신탕 먹을 기회가 한 해에 한두 번밖에 안 된다. 전에 비해 확 줄었다. 대신 추어탕을 주로 한다. 그래도 한여름이 되면 가끔 보신탕에 구미가 당긴다. 아내가 뇌 수술을 받은 뒤에 조리를 하면서 보신탕을 참 많이 먹었다. 의사도 기력 회복과 상처가 빨리 아무는 데 도움이 된다고 권했다. 거의 한 달은 상식을 했을 것이다. 나는 퇴근하면서 보신탕을 사 가지고 가는 게 일과였다. 아내가 회복하는 데 보신탕의 도움이 컸다고 확신한다. 어느 신부님이 하는 말을 들었다. 오래전 신학교에 다닐..

사진속일상 2021.07.30

길들이기 / 방주현

주인이 집으로 돌아오면 꼬리를 흔들며 달려가 반겨 줘 너를 쓰다듬을 때는 웃으면서 머리를 대 주고 간식을 들고 부를 땐 가서 안겨도 돼 빈손으로 부를 땐 가끔 가지 말고 불러도 못 들은 척 보아도 못 본 척하는 날도 있어야 해 주인이 기운 없이 앉아 있을 땐 손을 핥아주고 무릎에 올라가 눈을 맞춰 줘 그러면 주인은 점점 길이 들어서 너를 찾게 될 거야 너만 찾게 될 거야 - 길들이기 / 방주현 나는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개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성향이 싫다. 반면에 고양이는 좋다. 차갑게 보이는 냉정함, 사람에 집착하지 않는 독립성이 마음에 든다. 고양이의 눈에서는 살아 있는 야성이 보인다.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이런 말을 할 정도면 갯과는 아니고 적어도 고양잇과에 속하는 사람이리라. 뒤..

시읽는기쁨 2020.09.17

'보리'라는 이름을 가진 개의 눈을 통해 인간과 인간 세상을 얘기하는 김훈 작가의 소설이다. 보리의 주인은 댐 건설로 집이 물에 잠기게 되어 고향을 떠나는 수몰민 가족이다. 어촌에 터를 잡았지만 고기잡이하던 가장이 죽자 다시 외지로 내쫓기듯 떠난다. 이 책의 부제는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이다. 인간이나 개나 생명 가진 것이 살아가는 고단한 숙명이 안타깝게 그려진다. 나는 개를 싫어한다. 밖에서 어쩌다 개를 만나면, 개 역시 그런 나를 아는지 유난히 나만 보면 경계하면서 캉캉 짖어댄다. 누가 자기에게 적대적인지 눈치 하나는 빠른 것 같다. 에 나오는 보리는 인간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웬만큼은 알아챈다. 보리에 비라면 오히려 인간의 개에 대한 몰이해가 깊다. 작가는 세상의 개를 대신해서 짖는다고 했다...

읽고본느낌 2020.03.18

눈비를 맞으며 자유롭게 자라게 하라

얼마 전에 SBS TV에서 ‘마지막 자연인’이라는 다소 엉뚱한 제목으로 산 속에서 혼자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방송되었다. 나도 우연히 그 내용을 볼 수 있었다. 장면 중에 재래식 화장실의 똥을 먹는 개가 잠시 비쳤는데 그걸 두고 일부 시청자들이 동물 학대라며 방송국에 항의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급기야는 산골 오두막으로 동물보호단체에서 찾아가 호들갑을 떨었다고 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개나 닭은 모두 놓아 먹였다. 방에 동생이 똥을 싸면 할머니가 “도꾸, 도꾸”하고 개를 불렀다. 그러면 어디선가 비호 같이 달려와서 깨끗이 처리했다. 골목길에 아이들이 눈 똥도 모두 개들의 몫이었다. 개가 똥을 먹는 건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며 컸다. 그때의 개들은 대부분 똥개라 부르는 종류였는데 덩치고 컸고 힘도 좋..

길위의단상 2011.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