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길들이기 / 방주현

샌. 2020. 9. 17. 12:19

주인이 집으로 돌아오면 꼬리를 흔들며 달려가 반겨 줘

너를 쓰다듬을 때는 웃으면서 머리를 대 주고

 

간식을 들고 부를 땐 가서 안겨도 돼

빈손으로 부를 땐 가끔 가지 말고

불러도 못 들은 척

보아도 못 본 척하는 날도 있어야 해

 

주인이 기운 없이 앉아 있을 땐

손을 핥아주고

무릎에 올라가

눈을 맞춰 줘

 

그러면 주인은

점점 길이 들어서

너를 찾게 될 거야

 

너만 찾게 될 거야

 

- 길들이기 / 방주현

 

 

나는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개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성향이 싫다. 반면에 고양이는 좋다. 차갑게 보이는 냉정함, 사람에 집착하지 않는 독립성이 마음에 든다. 고양이의 눈에서는 살아 있는 야성이 보인다.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이런 말을 할 정도면 갯과는 아니고 적어도 고양잇과에 속하는 사람이리라. 뒤에 보여주는 행태는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말이다.

 

산책을 나가면 애완견을 데리고 나온 사람을 자주 본다. 어제도 꼴불견을 봤다. 개 목줄을 잡고 있던 나이 지긋한 남자가 말했다. "엄마가 저기 온다." 제 마누라를 비하하고 욕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개를 가족으로 여기는 심정이야 이해하지만, 그래도 말만은 바로 해야 하지 않겠는가. 식당에서 아무나 보고 "이모"라고 부르는 건 차라리 애교다.

 

목줄을 잡고 개 뒤를 따라가는 사람을 보면 누가 주인이고 하인인지 헷갈린다. 과연 누가 길들여지는 것일까? 개는 대략 1만 년 전에 가축화되어서 인간과 함께 살아왔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개도 이젠 제 주인을 길들일 만큼 영리해진 게 아닐까. 다 알면서 아닌 척 능청을 떠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