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돈사지 민들레 거돈사지 텅 빈 절터에 드문드문 민들레가 피어 있다. 적막하고 쓸쓸한 풍경에 샛노란 민들레 색깔이 선명하다. 아마 이곳은 잡초가 자라지 못하도록 관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 틈바구니를 뚫고 태어난 생명이다. 키도 제대로 자라지 못한 채 급하게 꽃부터 피어올린 것 같다. 폐사지는 인간의 입장에서는 무상한 자리지만 생명에게는 의당 꽃 피워야 할 자리일 뿐이다. 큰 느티나무를 보러 갔다가 키 작은 민들레에도 마음을 앗겼다. 꽃들의향기 2014.04.15
거돈사지 느티나무 천 년의 거목이다. 원주시 부론면 거돈사지에 있다. 거돈사(居頓寺)는 신라 시대에 창건되고 고려 초기에 번창하였다가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 넓은 절터에는 삼층석탑만이 그나마 온전히 남아 있다. 폐사지 입구 축대 가장자리에 이 느티나무가 있다. 예전에는 절을 찾아오는 순례객을 제일 먼저 맞아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절이 무너진 지 400년이 넘었다. 수많은 인간의 사연들이 허공으로 사라져가는 것을 지켜본 느티나무의 심정은 어떠할까. 느티나무 옆에 서 있으면 덧없는 생의 피곤함이 느껴지는 것도 같다. 흥하고 쇠하는 만물의 이치를 온몸으로 터득한 성자처럼 느티나무는 묵묵히 서 있다. 천년의나무 2014.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