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3

2021년 첫 뒷산

소한 추위가 찾아왔다. 낮 기온도 영하 5도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고 쌀쌀하다. 하지만 바람 없고 햇빛 쨍한 날이라 중무장을 하고 밖에 나섰다. 올해 들어 첫 외출이면서 첫 뒷산이다. 부지런히 걷다 보면 땀이 배다가 잠깐 머뭇거리면 싸늘해져 다시 모자를 푹 눌러 쓴다. 겨울 산길 위로 나무 그림자가 열을 맞춰 가지런하다. 정상 아래 나의 쉼터는 남향으로 양지바른 곳이다. 오래 앉아 있어도 추위를 잊을 정도로 따스하다. 심리적으로 느끼는 포근함이 더해진다. 한 번 앉으면 일어서기가 싫다. 코로나 탓인지 산길 옆에 있는 골프장은 적막강산이다. 처음으로 필드에 들어가 본다. 골프 선수나 되는 듯 가상의 공을 향해 빈 팔을 휘두른다. 와- 하는 갤러리의 환성이 들리는 것 같다. 현직에 있을 때 수능 검토위원으로 ..

사진속일상 2021.01.07

골프 권하는 친구

퇴직하고 나서 제일 많이 받은 권고가 골프를 배우라는 것이었다. 물론 골프를 즐기는 친구들로부터다. 골프를 못 치니 그들과 어울리지를 못한다. 그렇다고 특별히 아쉬울 건 없지만, 이왕이면 다양하게 친구를 사귀는 데는 약점이 된다. 그래서 아주 잠깐이지만 골프를 배워볼까 하고 망설인 적도 있었다. 골프가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운동이라는 골프 예찬론을 듣는다. 늙어서도 할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며, 또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는데 공감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이상하게 나에게는 골프에 대한 거부감이있다. 골프에 접근하기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다. 골프장을 생태적 측면에서는 '녹색 사막'이라고 부른다. 골프장은 동식물이 어우러진 다양한 생태계를 파괴하고 녹색 잔디로..

길위의단상 2012.07.01

골프를 안 하는 이유

나름대로의 은둔생활을 정리하고 옛 친구들을 만나니 같이 골프를 하자는 권유를 들을 때가 있다. 골프야말로 늙어서까지 할 수 있는 운동이고, 같이 만나고 즐기는데 제일 좋은 운동이라는 것이다. 나는 사실 골프에 대해 본능적인 거부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있는 자들의 운동이라는 선입견에다가, 환경에 관심을 두면서부터는 골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더욱 커졌다. 그래도 친구들에게 내 생각을 직설적으로 말하지는 못하고 긍정도 부정도 아닌 그냥 빙그레 웃기만 한다. 골프장을 생태적으로 '녹색 사막'이라고 부른다. 잔디 외에는 다른 어떤 생물이 사는 것도 용납되지 않는다. 초록 잔디가 보기는 좋으나 실은 가장 반자연적인 곳이다. 인공적인 것은 일반 경작지도 마찬가지지만 거기는 온갖 생물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터다...

길위의단상 2007.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