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여선 3

푸르른 틈새

권여선 작가의 장편소설로 1996년에 발표한 작가의 데뷔작이다. 일종의 성장소설로 작가의 10대, 20대, 30대의 삶이 교차하며 그려진다. 어느 작가나 첫 작품은 이야기 전개나 구성이 미흡할지라도 풋풋한 느낌이 들어 좋다. 더구나 성장소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 작가의 진면목이 잘 드러난다.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젊은 시절로 함께 추억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에서 작가는 손미옥으로 나온다. 서른한 살의 미옥은 눅눅한 단칸 지하방에서 이사를 가려고 한다. 이사는 한 삶의 종착이면서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소설의 이야기는 이사를 가기 일주일 전부터 짐을 정리하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이다. 소녀와 대학생 시절의 이야기가 교대로 나오면서 한 사람의 성장 과정을 보여준다. 누구나 성장통을 겪으며 커간다...

읽고본느낌 2021.10.29

아직 멀었다는 말

권여선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모르는 영역' 등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권 작가의 글을 읽으면 사람살이의 슬픔으로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 책의 단편들도 모두 그런 범주에 들어 있다. 작가는 아프지만 세상의 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다. 폭력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우리들 대부분은 가련하고 쓸쓸한 존재들이다. 누구는 아빠 찬스로 50억을 받고 떵떵거리는데, 다른 누구는 노동 현장에서 아무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간다. 이 세상은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그런 점이 이 단편집의 제목에 '아직 멀었다'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았나 생각된다. '손톱'이라는 소설에 '아직 멀었다'라는 말이 스쳐가듯 나온다. 소희는 엄마와 언니가 집을 나가고 가난하게 살아가는 처녀다. 손톱을 다쳐 빠지게 되었는데도 ..

읽고본느낌 2021.10.20

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봄밤' 등 7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책 제목처럼 주정뱅이가 등장하는 작품이 여럿이다. 작가 자신도 대단한 애주가인 듯하다. 또한 우리는 술을 마시든 마시지 않든 일정 부분 주정뱅이와 닮았다. 에서 '안녕'이란 주정뱅이에게 건네는 따스한 인사말 같다. 이 책에 모인 작품들은 공통되는 색깔이 있다. 인생의 고통과 비극을 드러낸 상처가 아프게 드러난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살면서 맺어야 하는 인간과의 관계는 생채기를 남긴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 자체가 고(苦)의 원인이다. 견뎌내는 사람도 있지만 삶의 무게가 버거워 지쳐 쓰러지는 사람도 있다. 인간은 인간 때문에 병든다. 에는 인간에 대한 슬픈 연민이 깔려 있다. 일곱 편 중에서 제일 관심을 끄는 ..

읽고본느낌 2018.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