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3

바깥은 여름

김애란 작가의 단편집이다. '입동'을 비롯해 일곱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보통은 수록된 작품 중에서 대표작을 책 제목으로 삼는데 이 책은 다르다. '바깥은 여름'은 여기 실린 작품들이 가지는 의미를 통칭하는 말로 보인다. 이번에도 김애란 작가의 통통 튀는 경쾌한 표현들에 여러 차례 감탄했다. 하지만 작품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중심이 아닌 변두리 삶의 애환과 쓸쓸함이다. '여름'은 만물이 생기를 띄고 번성하는 계절이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삶은 겨울처럼 스산하고 춥다. 소외와 상실의 아픔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첫 작품인 '입동'은 어린 아들을 잃은 부부의 슬픈 사연을 담고 있다. 어렵사리 집을 장만하고 행복해지려는 때에 후진하는 유치원 차에 치여 아들이 숨진다. 그 뒤부터 부부의 삶은..

읽고본느낌 2024.08.06

침이 고인다

김애란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표제작인 '침이 고인다'를 비롯해 여덟 편이 실려 있다. 전반부에 실린 소설은 밀도가 높고 뛰어나지만, 후반부의 작품은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작가는 주로 도시 변방의 가난한 젊은이들의 삶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내는 것 같다. 잘 보이지 않는, 외면하고픈 아픈 현실을 위트 넘치는 문제로 보여준다. 일상은 고달프고 비루하지만 주인공들은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 밟혀도 꿋꿋이 견뎌내고 일어서는 길 위의 잡초처럼 살아내는 숫한 청춘들이 있다. '침이 고인다'에서는 학원 강사로 일하는 그녀가 사는 원룸에 더 가난한 후배가 찾아온다. 그날 밤 그녀는 후배의 얘기를 들으며 같이 지내기로 결심한다. 후배가 그녀에게 들려준 얘기는 어떻게 부모에게 버림받았는가에 대한 아픈 추억이..

읽고본느낌 2024.06.06

두근두근 내 인생

창비에서 펴낸 젊은 작가의 소설을 두 권 읽었다. 김애란의 과 김학찬의 였다. 둘 다 30대 초반의 작가답게 신선하고 경쾌하며 재미가 있었다. 은 조로증에 걸린 열일곱 살 소년의 마지막 1년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열일곱이지만 육체 나이는 여든을 넘었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병에 시달리며 고통과 절망 속에서 산 소년은 책을 통해서 인생의 지혜를 찾아낸다. 두근거리는 사랑도 경험한다. 무거운 주제일 수 있지만 극한 상황에서도 빛나는 인간성이 젊은 작가의 손에 의해 아름답게 그려졌다. 는 붕어빵 명인인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가려는 스물아홉 청년의 독특한 이야기다. 그는 일본에까지 가서 타꼬야끼를 굽는 비법을 전수받고 온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와의 갈등, 불안한 젊은 세대의 고민 등이 함께 그려진다..

읽고본느낌 2013.09.22